“이런 데가 서울 근교에 있었어?”… 20년간 자연 그대로 지킨 4만 2천 평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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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소리수목원
오직 자연만으로 승부하는 진짜 수목원

산들소리 수목원
산들소리 수목원 / 사진=산들소리 공식블로그

도시의 소음과 빽빽한 빌딩 숲에 지쳐갈 때쯤, 우리는 본능적으로 흙과 나무를 찾는다. 하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서울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만약 차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서 잘 차려진 시골 밥상과 울창한 숲, 맨발로 흙을 느끼는 치유의 시간까지 모두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 있다.

바로 불암산 자락에 숨겨진 비밀정원, 남양주 산들소리수목원이다. 이곳은 단순한 식물원이 아니라, 우리에게 잠시 잃어버렸던 자연과의 교감을 되찾아주는 특별한 초대장과 같다.

산들소리수목원

산들소리
산들소리 / 사진=공식 인스타그램

경기도 남양주시 불암산로59번길 48-31에 자리한 산들소리수목원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른 수목원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감돈다. 화려하게 꾸며진 포토존이나 인공적인 조형물 대신, 투박하지만 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의 특별함은 2002년부터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켜온 하나의 약속에서 비롯된다. 바로 약 4만 2천 평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를 단 한 번도 농약 없이 가꿔왔다는 사실이다.

설립자는 “방문하시는 분들 모두 여기에서 만큼은 좋은 공기와 환경에서 머물길 바라며 깨끗하게 가꾸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짧은 문장 속에 1,200여 종의 식물과 15개의 테마 정원이 울창하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가 담겨 있다.

습지원부터 야생화정원, 허브정원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주제로 꾸며진 공간들은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스스로 생명력을 유지하는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의 산책은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는 행위를 넘어, 오랜 시간 정성으로 지켜온 건강한 땅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치유의 과정이 된다.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

산들소리 모습
산들소리 모습 / 사진=산들소리 공식 블로그

산들소리수목원을 가장 실속 있게 즐기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목원을 둘러보기 전, 식당으로 향하는 것이다. 성인과 어린이 구분 없이 8,000원의 입장료가 있지만, 수목원 내 식당인 ‘산들밥상’에서 식사하면 이 입장료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대표 메뉴인 ‘참숯불고기 쌈밥'(1인 21,000원)을 주문하면, 향긋한 숯불 향이 밴 불고기와 신선한 쌈 채소, 정갈한 밑반찬으로 구성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무농약으로 키운 채소의 아삭함과 건강한 밥상은 그 자체로 훌륭한 미식 경험이지만, 식사 비용에 숲 전체를 누리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만족감은 배가 된다.

산들소리 풍경
산들소리 풍경 / 사진=남양주시 공식블로그 최병용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오감을 열고 숲을 만끽할 차례다. 다른 수목원들이 주로 시각적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산들소리는 촉각을 통한 교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표적인 시설은 바로 ‘맨발체험장’이다.

4,000원의 체험비를 내면 신발을 벗고 부드러운 흙길, 시원한 자갈길을 걸으며 땅의 감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자연의 생생한 자극은 쌓였던 피로를 풀어주고 몸의 감각을 깨우는 데 도움을 준다.

몸의 긴장을 한층 더 깊게 풀고 싶다면 힐링카페 옆에 위치한 ‘족욕 체험장’을 추천한다. 30분간 10,000원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창밖으로 펼쳐진 푸른 숲을 바라보며 완벽한 평온을 즐길 수 있다.

숲의 향기를 맡으며 즐기는 따뜻한 족욕은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우고 온전한 휴식에 집중하게 만드는 최고의 사치다.

산들소리 하트 조형물
산들소리 하트 조형물 / 사진=공식 인스타그램

산들소리수목원은 어른들에게만 좋은 곳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그 어떤 키즈카페보다 흥미진진한 자연 놀이터가 된다. ‘신기한 물건 박물관’과 ‘즐거운 놀이길’에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물과 오감 놀이를 즐길 수 있고, ‘뗏목 나루’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뗏목을 끌며 작은 모험을 떠날 수 있다.

귀여운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동물농장’과 개구리 생태연못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코스다.

주말에는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숲 놀이, 목공, 도예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어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

산들소리 수목원 모습
산들소리 수목원 모습 / 사진=남양주시 공식블로그 최병용

서울 근교라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산들소리수목원은 주말 당일치기 여행지로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가용 이용 시 넓은 주차장이 무료로 제공되어 주차 걱정이 없다. 대중교통으로는 불암산 입구나 불암동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저녁 8시다. 연중무휴로 운영되어 언제든 방문 계획을 세우기 좋다. 단, 수목원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반려동물 동반 입장은 제한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산들소리수목원은 단순히 식물을 관람하는 장소를 넘어선다. 건강한 땅에서 자란 음식을 맛보고, 맨발로 흙을 느끼며, 숲의 고요함 속에서 온전히 쉬어가는 복합적인 웰니스 공간이다.

이번 주말, 복잡한 계획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보자. 흙냄새와 맛있는 밥 짓는 냄새가 어우러진 그곳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하루를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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