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시간 거리에 이런 곳이 있었어?”… 국내 최대 18m 와불상 품은 겨울 힐링 명소

입력

남양주 수진사
현대적 건축미가 어우러진 풍경

남양주 수진사 모습
남양주 수진사 모습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최병용

12월의 천마산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눈을 기다리는 고요함 속에 잠겨 있다. 그 산자락 중턱, 하얀 눈이 내려앉으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변하는 특별한 공간이 자리한다. 1984년 창건되어 40년 역사를 품은 이곳은 천년 고찰의 고즈넉함 대신, 압도적 규모와 현대적 건축미가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을 지닌 사찰이다.

겨울이면 경내 곳곳에 쌓인 눈과 석탑, 기와지붕이 만들어내는 설경은 도심 속 번잡함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는 셈이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이토록 장엄한 풍경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12월 겨울 여행지로 손색없는 남양주의 숨은 명소를 소개한다.

남양주 수진사

수진사 대웅보전
수진사 대웅보전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최병용

수진사의 첫 번째 경이로움은 2007년 건립된 대웅보전에서 시작된다. 108평(약 357㎡)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목조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실내에 기둥이 단 하나도 없는 독특한 공법으로 지어져 우리나라 건축사상 유례없는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시야를 가리는 기둥 없이 웅장한 비로자나불과 화려한 탱화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방문객들은 건축적 완성도와 종교적 장엄함을 동시에 체험하게 되는데, 특히 겨울철 창밖으로 보이는 설경이 더해지면 그 감동은 배가된다.

대웅보전 주변으로는 관음전, 대광명전 등 여러 전각이 배치되어 있으며, 각 건물마다 정성스럽게 조각된 불상과 예술 작품들이 봉안되어 있다. 천천히 경내를 거닐며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오후 5시 33번의 종소리

수진사 범종
수진사 범종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최병용

수진사를 방문한다면 오후 5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매일 이 시간이 되면 사천왕문 위 범종각에서 묵직한 종소리가 천마산 자락 전체로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1989년 주조된 범종은 총 33번을 타종하는데, 이는 불교의 우주관인 33천(도리천)을 상징하며 모든 중생을 깨우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 질 녘 보랏빛으로 물드는 겨울 하늘 아래, 청아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가진 종소리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속 번뇌를 씻어내는 듯하다. 종소리 한 번 한 번이 공기를 타고 퍼질 때마다, 경내를 거닐던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타종 시간에 맞춰 범종각 근처에서 대기하면, 스님이 정성스럽게 종을 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공기 탓에 종소리가 더욱 또렷하고 멀리까지 전달되며 종소리가 마지막 여운을 남기고 사라질 때쯤, 경내는 다시 고요 속으로 잠긴다.

18m 거대 와불상

수진사 와불상
수진사 와불상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최병용

대웅보전 참배를 마치고 해탈문을 지나면, 가파르게 이어지는 108계단이 나타난다. 계단 하나하나는 인간의 108가지 번뇌를 상징하며, 이를 오르는 동안 속세의 고민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바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길이 18m, 무게 180톤의 와불상이다. 440톤에 달하는 거대한 화강암을 깎아 만든 이 누워있는 부처님은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천마산을 베개 삼아 편안히 누워 계신다. 그 모습이 마치 산 전체가 부처님의 품 안에서 깊은 잠에 든 듯 평화로워 보인다.

와불상 곁에는 하늘을 찌를 듯 솟은 9층 석탑이 자리해 장엄함을 더하며, 이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수진사의 겹겹이 쌓인 기와지붕 너머로 천마산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진사 풍경
수진사 풍경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최병용

수진사는 경기도 남양주시 천마산로 115-13에 위치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주차장은 호평제1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기본 30분 600원, 추가 10분당 300원이다. 서울 도심에서 자가용으로 약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당일치기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경내에도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장에서 사천왕문까지는 도보로 3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눈이 쌓인 계단과 경사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을 권한다.

수진사는 단순히 불교 신자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노인전문 요양시설인 자비원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와 호흡하고, 템플스테이와 다양한 문화 강좌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사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천마산 군립공원 등산로가 사찰 옆으로 이어져 있어, 가벼운 겨울 트레킹과 사찰 참배를 함께 즐기는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수진사 전경
수진사 전경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최병용

수진사는 기둥 없는 법당과 국내 최대 와불상이라는 두 가지 경이로움을 동시에 품은 특별한 공간이다.

천년 고찰의 역사는 없지만, 현대 건축의 정수와 불교 문화의 장엄함이 조화를 이루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셈이다.

12월의 찬 공기 속에서 108계단을 오르고, 거대한 와불상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비우고 싶다면 지금 이곳으로 향해보길 권한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