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수종사, 해발 610m 운길산 500년 은행나무와 두물머리 절경

홍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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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수종사, 정약용과 서거정이 찾았던 동방 제일 조망의 사찰

남양주 수종사 겨울
남양주 수종사 겨울 / 사진=사진=경기관광플랫폼

찬바람이 등산로를 따라 산자락을 오를 때, 잎을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 햇살이 내려앉는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위로 펼쳐진 수평선은 겨울의 투명함을 그대로 품고, 해발 610m 운길산 자락의 고요는 발걸음마다 더 깊어지는 편이다. 낙엽이 떨어진 겨울 숲은 오히려 시야를 넓혀 멀리 팔당호까지 한눈에 담아낸다.

이곳은 조선 시대 문인 서거정이 “동방 사찰 중 제일의 조망”이라 극찬했던 장소다. 세조가 지병 치료를 위해 금강산으로 향하던 1458년, 우연히 들른 이 산자락에서 18나한을 만나고 물방울 소리를 종소리로 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명승 제109호로 지정된 수종사는 왕실의 흔적과 자연의 절경이 겹쳐진 공간으로 남아 있다.

겨울 운길산이 선사하는 고요와 북한강 위로 펼쳐진 조망, 그리고 500년 은행나무가 만든 수묵화 같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세조 설화가 남긴 왕실 원찰의 흔적

남양주 수종사 대웅보전
남양주 수종사 대웅보전 / 사진=경기관광플랫폼

수종사(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433번길 186)는 1458년 세조가 금강산으로 향하던 중 창건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세조가 지병 치료를 위해 이곳을 지나던 밤, 산속 동굴에서 18나한을 만나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종소리로 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물 수(水)’와 ‘종 종(鍾)’을 써서 수종사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전설의 진위를 떠나 이 사찰에는 왕실과의 인연을 증명하는 유물이 남아 있다. 세조의 고모인 정의옹주의 부도가 경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 부도는 세종 21년인 1439년에 건립된 것으로 확인된다.

대웅보전과 응진전, 약사전 등 소규모 전각들이 자리한 경내는 현대에 재건축된 구조지만,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다산 정약용이 유배 18년간 이곳을 ‘상심낙사(賞心樂事)’의 모범으로 삼았고, 초의선사와 함께 차를 마시며 정신적 치유를 경험했다는 기록은 정서적 안식처였음을 보여준다.

보물과 명승이 어우러진 문화유산

남양주 수종사 석탑들
남양주 수종사 석탑들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홍영은

수종사를 대표하는 문화재는 보물 제1808호로 지정된 팔각오층석탑이다. 조선 초기 양식을 간직한 이 석탑은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구조물 중 하나이며, 팔각 형태의 독특한 설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석탑 외에도 삼층석탑과 정의옹주 부도가 함께 자리해 조선 왕실의 불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한다.

명승 제109호로 지정된 수종사 일원은 자연 경관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룬 사례로 평가받는다. 해발 610m 높이에 자리한 사찰은 주변 산들보다 높아 360도 조망이 가능하며, 특히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경내 삼정헌 다실에서는 기부식으로 차를 마시며 북한강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창밖으로 펼쳐진 수평선과 팔당호,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자락이 만든 풍경은 조선 시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았던 이유를 실감하게 만든다.

500년 은행나무가 만든 사계절 수묵화

남양주 수종사 은행나무
남양주 수종사 은행나무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홍영은

수종사 경내에는 세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 2그루가 자리한다. 봄에는 신록이 경내를 감싸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그늘을 드리우며, 가을에는 황금빛 잎이 경관의 절정을 만들어낸다.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가 수묵화처럼 하늘을 배경 삼아 고요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편이다.

특히 겨울 수종사는 낙엽이 진 덕분에 시야가 더욱 개방된다. 나뭇가지 사이로 두물머리와 팔당호가 선명하게 보이며, 아침 일찍 방문하면 운무가 강 위를 감싸는 신비로운 장면도 포착할 수 있다. 겨울 한낮의 햇살이 북한강 수면을 반짝이게 만드는 순간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는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겨울의 고요함과 투명한 공기는 풍경의 본질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내며, 방문객에게 시각적 만족과 함께 정서적 안정을 선사한다.

무료 입장에 연중무휴 개방, 접근성도 양호

남양주 수종사 석불
남양주 수종사 석불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홍영은

수종사는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된다. 주차장에서 사찰까지는 약 400m 거리로 도보 15분 정도 소요되며, 계단이 다소 가파르고 좁아 겨울철에는 미끄럼 방지 신발이 필수다.

자가용 이용 시 수종사 입구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대중교통으로는 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도보로 1~2시간 산행이 가능하다. 서울 강남 기준 약 1시간 거리로 당일치기 여행지로 적합하며, 오후 시간대에 방문하면 햇살이 두물머리를 비추는 장면을 감상하기 좋다.

주변에는 두물머리 전망대, 운길산 정상, 팔당댐, 양평 카페거리, 세미원 등 연계 코스가 다양하다. 수종사 방문 후 두물머리까지 하산하면 두 강이 만나는 합류점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으며, 운길산 정상까지 20분 추가 산행을 하면 더 높은 시점에서 360도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남양주 수종사 전경
남양주 수종사 전경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송원희

수종사는 겨울의 고요와 북한강의 절경, 그리고 조선 왕실의 역사가 겹쳐진 공간이다.

삼정헌 다실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경험은 일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시간으로 남는다.

겨울 북한강 위로 펼쳐진 명승의 풍경 속에서 영혼의 정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해발 610m 수종사로 향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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