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빛자연휴양림
기후위기 시대의 위대한 선물

초록빛 싱그러움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북적이는 인파와 만만치 않은 여행 경비가 망설여진다면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주인공이 거닐던 낭만적인 숲길, 그 비현실적인 풍경을 품은 곳이 사실은 한 개인이 가꿔 세상에 내어준 소중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심지어 이곳은 지구를 위한 특별한 임무까지 수행하며,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게 한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 너머, 더 깊고 놀라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충남 논산의 숨은 보석을 탐험해 보자.
한 사람의 선물이자 지구의 약속

온빛자연휴양림은 충청남도 논산시 벌곡면 황룡재로 480-113에 자리한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국공립 휴양림이 아닌, 숲을 사랑한 한 개인이 수십 년간 정성껏 가꾼 사유지다.
놀라운 점은 이 귀한 공간을 어떠한 대가도 없이 연중무휴, 상시 개방하여 누구나 자연의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입구의 넉넉한 주차 공간부터 숲길 입장까지 모든 것이 무료로 운영되니, 방문객은 고마운 마음과 자연을 아끼는 성숙한 태도만 준비하면 된다.

이 숲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풍경 너머에 있다. 바로 산림청으로부터 공식 인증받은 ‘탄소상쇄숲’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나무가 많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탄소상쇄제도’는 개인이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면, 그 흡수량을 산림청이 객관적으로 인증해 주는 국가 공인 제도다.
즉, 온빛자연휴양림은 한 개인의 헌신이 국가가 인정하는 ‘탄소 크레딧’으로 전환된 모범 사례인 셈이다. 우리가 이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순간은,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거대한 목표에 동참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위가 된다.
드라마를 넘어, 지역을 살린 K-콘텐츠의 힘

이 고요한 숲이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른 계기는 2021년 방영된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이었다. 주인공들의 애틋한 과거 회상 장면과 낭만적인 데이트 장면 대부분이 이곳의 메타세쿼이아 길과 호숫가를 배경으로 촬영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드라마 종영 이후, 촬영지를 직접 경험하려는 국내외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논산의 조용한 시골 마을은 새로운 관광 허브로 떠올랐다.
정확한 방문객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지만, 논산시에 따르면 드라마 방영 이후 온빛자연휴양림과 인근 선샤인랜드 등 촬영지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으며, 실제 방문객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잘 만든 K-콘텐츠가 어떻게 지역 경제와 관광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한 개인의 선의로 시작된 숲이 대중문화의 힘을 만나 지역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하늘 가린 메타세쿼이아, 담양 부럽지 않은 인생 사진 명소

온빛자연휴양림의 상징은 단연 하늘 높이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방문객을 압도하는 이 길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여름에는 짙은 녹색 터널을 만들어 강렬한 햇볕을 가려주는 천연 그늘이 되고, 가을에는 주황빛과 갈색으로 물들어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이 잘 정돈되고 상업적인 활기가 넘친다면, 이곳은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해 자연 그대로의 고즈넉함과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방문객이 많지 않은 평일 오전에 찾는다면, 숲 전체를 독차지한 듯한 황홀한 경험도 가능하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잔잔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는 반영된 메타세쿼이아와 파란 하늘이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드라마 속 명장면처럼, 발판이 놓인 포토존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온빛자연휴양림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해 반려견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쌓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목줄 착용과 배변 처리 등 기본적인 펫티켓은 필수다.
복잡한 편의시설이 없는 ‘비움’은 오히려 온전히 자연에 집중하고, 함께한 이와의 시간에 몰입하게 하는 ‘채움’의 경험을 선사한다.
숲의 주인이 조건 없이 내어준 배려와 지구를 위한 숭고한 약속이 깃든 공간. 온빛자연휴양림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선 깊은 사색과 감동을 안겨주는 여행지가 될 것이다. 이번 주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값진 풍경과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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