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외도 보타니아
바다 한가운데 피어난 지중해풍 해상식물원

거제 앞바다를 가르는 유람선에서 내릴 때쯤, 풍경이 슬그머니 바뀐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하얀 건물과 야자수, 계단식 정원, 조각상이 층층이 얹혀 있어 마치 남유럽의 해안 마을을 잘라 옮겨놓은 것처럼 보인다.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경 덕분에 많은 이들이 “사진 찍으러 가는 섬”으로 기억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얼굴이 보인다.
전기도 수도도, 제대로 된 선착장도 없던 바위섬에 한 부부가 씨앗을 심고 나무를 옮겨 심으며 수십 년을 버틴 끝에 만든 정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꽃 한 송이, 계단 한 줄도 쉽게 지나치기 어려워진다.
외도 보타니아

외도 보타니아는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외도길 17에 위치해 있다. 1969년, 이곳 ‘외도’를 우연히 발견한 고 이창호 선생과 최호숙 회장은 기반 시설 하나 없는 척박한 섬에서 감귤 재배와 사육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섬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1976년부터 전 세계를 돌며 아열대·난대 식물을 들여와 바닷바람 속에 하나씩 뿌리내리게 했다.
오랜 시간의 조성과 정비 끝에 1995년 외도는 ‘외도자연농원’으로 문을 열었고, 이후 ‘외도 보타니아’라는 이름을 얻으며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누적 방문객은 이미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섬의 핵심은 정상부에 자리한 비너스 가든이다. 영국 버킹엄궁 후정을 모티브로 조성된 이곳은 12개의 비너스 조각상과 지중해풍 건물, 층층이 펼쳐진 화단이 어우러져 여행객에게 가장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끝자락에 있는 리하우스는 외관은 유럽풍이지만 내부는 한국 전통가옥의 구조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 이곳은 드라마 ‘겨울연가’ 마지막 회 촬영지로도 유명해 사진 명소가 되었다.
비너스 가든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숲길이 이어진다. 본래 주민들이 밭을 오르내리던 길에 편백나무와 다양한 정원수를 심어 조성된 구간으로, 계단 곳곳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남해의 풍경이 열린다.
이어지는 ‘뱀부로드’는 대나무 숲이 터널처럼 이어져 계절마다 다른 빛을 만들어낸다. 선인장 동산과 조각 공원, 섬의 모양을 형상화한 등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아열대 식물과 예술적 조형물이 어우러져 다양한 볼거리를 준다.
여행을 완성하는 실전 정보

외도 보타니아는 섬 전체가 해상식물공원으로 조성된 만큼 반드시 유람선을 통해서만 입도할 수 있다. 거제도에는 여러 유람선사가 운영 중인데, 각각의 특징이 분명해 취향에 따라 선택하기 좋다.
가장 규모가 크고 운항편수가 많아 편리한 곳은 장승포 선착장이다. 주변에 숙박시설과 식당이 잘 정비되어 있어 1박 2일 일정으로 거제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실용적이다.
반면 지세포 선착장은 소노캄 거제, 거제씨월드, 조선해양문화관 등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 높은 관광지와 가깝다.

입장료는 성인 11,000원, 중·고등학생 및 군경 8,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단, 유람선 요금은 선사별·시기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탑승을 원하는 유람선사의 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관람 시간도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절기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고, 동절기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여유 있게 둘러본다면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외도 보타니아는 단지 아름다운 식물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난대와 아열대 식물이 어우러진 정원, 조각과 건축이 함께 만든 예술적 풍경, 그리고 거대한 바다 위에 한 사람의 꿈이 실현된 공간이라는 배경이 여행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 섬을 걷고 나면 여행자는 하나의 정원을 방문했다기보다 한 편의 삶과 마주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자연과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어 만든 풍경이 조용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남기기 때문이다.
바다와 정원이 만나는 독특한 정원의 외도 보타니아를 걷는 경험은 다른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함을 선사할 것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