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아무도 걷지 못했던 길이 열렸다”… 8경으로 꼽힌 5.6km 무료 산책 명소

울창한 숲 그늘 아래로 대청호의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옥천 향수호수길에서 시 한 구절과 함께 고요한 자연을 마주합니다.

충북 옥천 향수호수길
충북 옥천 향수호수길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오창호

핵심 요약

  • 충북 옥천 향수호수길은 대청호 안터지구에 위치한 5.6km의 국가 생태관광지역 산책로입니다.
  • 매주 월요일과 명절 및 2~3월 해빙기는 휴장하며 이용료와 주차비는 무료입니다.
  • 황새터 이후 구간은 낙석 위험이 있으니 방문 전 통제 여부를 확인하고 가세요.

한낮의 열기가 절정에 이를 때, 발 아래 흙길이 호수 쪽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대청호의 수면이 비치고,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내려오는 빛이 물 위에 잔물결처럼 흩어진다. 이 길에서는 기온계가 30도를 가리켜도 체감이 다르다. 숲 그늘이 여름을 조용히 걷어낸다.

시인 정지용의 대표작 「향수」에서 이름을 빌린 이 걷기 코스는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2021년 5월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된 대청호 안터지구 안에 자리하며, 문학과 생태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으로 기획됐다.

흙길과 데크길, 야자매트가 번갈아 이어지는 5.6km 코스에는 수상 전망대, 황새 조형물, 시 구절이 곳곳에 박혀 있다. 걷는 내내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 호수 위에 그림자처럼 펼쳐진다.

대청댐 수몰 이전 산자락을 살린 코스 입지

향수호수길 모습
향수호수길 모습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오창호

향수호수길(충청북도 옥천군 안내면 장계리 일대)은 옥천읍 수북리 옥천 선사공원을 출발점으로 삼아 안내면 장계리 주막마을까지 이어진다.

총 5.6km에 달하는 이 코스는 대청댐 준공 이후 30여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던 숲길과 옛 주민들이 마실 다니던 산자락 길을 활용해 조성됐다.

금강 상류 대청호반의 비경을 가까이서 감상하는 코스로, 옥천 9경 가운데 제8경에 해당하는 걷기 코스로 알려져 있다. 코스 전반에 걸쳐 흙길과 데크길, 야자매트가 조합되어 있어 미끄럼 없는 편안한 보행 환경을 갖추고 있다.

물비늘전망대와 황새터, 코스의 핵심 조망 지점

황새터 풍경
황새터 풍경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오창호

날망마당을 지나면 본격적인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물비늘전망대는 과거 옥천읍에 상수도를 공급하던 취수탑 시설을 수상 전망대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데크길에서 비탈길을 따라 목교 끝까지 내려가면 원형 구조의 전망대가 호수 위에 떠 있다. 사방이 트여 대청호 수면과 건너편 산세를 한눈에 담을 수 있으며, 물 위에 서 있는 듯한 조망이 이 코스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황새터는 황새가 자주 찾던 지형적 특성에서 이름을 얻은 공간으로, 황새 조형물이 설치돼 포토존으로 활용된다. 우듬지 데크는 코스 내 가장 높은 데크형 다리로, 고도감 있는 호수 조망을 제공한다.

시인 정지용의 시구가 길을 따라 이어지는 문학 산책로

시구가 있는 향수호수길
시구가 있는 향수호수길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오창호

향수호수길이라는 이름은 옥천 출신 시인 정지용의 대표작 「향수」에서 유래했다. 코스 곳곳에 시 구절이 배치되어 있어 걷는 동안 풍경과 시가 겹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대청호의 고요한 수면, 울창한 숲, 황새터의 너른 들판이 시 속 고향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다람쥐쉼터, 솔향쉼터, 오대앞들처럼 쉬어갈 공간도 호수를 배경으로 고르게 배치되어 있으며, 반려동물 동반도 가능해 목줄 착용과 배변 정리 에티켓을 지키는 조건에서 함께 걸을 수 있다.

장계선착장 인근에서는 정지용호가 운항되어 수면 위에서 호수와 시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체험도 가능하다.

운영시간·휴장일과 구간 통제 확인은 필수

옥천 선사공원
옥천 선사공원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오창호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이용요금과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옥천 선사공원 주차장을 출발점으로 이용하며, 추소리마을광장 주차장도 인근에 마련되어 있다. 정기휴장은 매주 월요일과 설날·추석 당일, 그리고 해빙기인 2-3월에 적용된다.

황새터 이후 황룡암과 주막마을로 이어지는 구간은 낙석 위험과 보수 공사로 출입이 제한된 바 있어 방문 전 운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체 5.6km를 걷지 못하는 경우 황새터까지 약 3.3km 왕복 코스로 2시간 안팎이면 충분하다. 문의는 옥천군 문화관광과(043-730-3413)로 하면 된다.

향수호수길 풍경
향수호수길 풍경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오창호

향수호수길은 국가 생태관광지역 안에 조성된 코스답게 자연 보전 상태가 좋고 걷기 환경도 안정적으로 정비되어 있다. 무료로 걸을 수 있으면서도 수상 전망대, 시 구절, 생태 관찰이라는 세 겹의 경험을 한 코스 안에서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이 길을 단순한 산책 이상으로 만든다.

여름 숲 그늘이 짙어지는 지금이 향수호수길의 진면목을 체험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단, 구간 통제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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