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오서산
은빛 물결 따라 걷는 가을 트레킹

해마다 가을이 오면 전국의 산과 들은 금빛 억새로 물든다. 그중에서도 충남 보령과 홍성의 경계에 자리한 오서산은 ‘서해의 등대산’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억새 군락으로 이름 높다.
이곳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억새 능선과 함께, 서해 바다를 배경 삼은 탁 트인 전망까지 누릴 수 있다. 산 전체가 가을빛으로 물드는 10월 중순, 오서산은 지금이 가장 찬란한 순간이다.
오서산 억새는 정상 부근 능선을 따라 약 2km 구간에 걸쳐 펼쳐진다. 경사가 완만한 구간이 많아 걷는 내내 억새 물결이 양옆으로 펼쳐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풍경은 가을의 정취를 한껏 끌어올린다. 햇빛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 사이로 걷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마저 든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억새 대신 하늘과 맞닿은 광활한 풍경이 기다린다. 성주산, 가야산, 칠갑산을 비롯한 충청의 명산들과 함께, 멀리 대천 앞바다의 원산도, 삽시도, 심지어 태안의 안면도까지도 시야에 담긴다. 억새 너머로 펼쳐진 이 거대한 파노라마는 오서산이 ‘서해의 등대’라 불리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순간이다.
오서산은 다양한 등산로를 품고 있어 여행자의 스타일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코스는 보령의 성연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길로, 시루봉을 지나 정상을 향하는 루트다. 혹은 용못과 신암터를 지나 문수골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도 있어 풍경을 달리하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조금 더 빠르게 정상을 오르고 싶다면, 정암사에서 시작하는 ‘1600계단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급경사의 계단길이 이어지지만, 소요 시간은 1시간 남짓으로 짧은 편이다.
길 중간중간 명품 소나무와 바위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고, 정암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마치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계단을 따라 오르다 만나는 억새 군락은, 짧은 시간 안에 오서산의 진가를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길이다.
오서산의 억새 능선은 해 질 녘, 그 진가를 더욱 드러낸다. 금빛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는 주황빛으로 물들고, 바람 따라 춤추는 억새 사이로 해가 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가을의 낭만’ 그 자체다. 하지만 해가 짧은 가을 산행에서 일몰은 위험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하산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일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조금 더 머물고 싶다면 서쪽 방향인 성연주차장 코스로 하산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방향은 다른 등산로보다 빛이 오래 머물러, 석양의 잔상을 더 오래 만끽할 수 있다.
오서산 자연휴양림 쪽에서 하루 머무는 여유 있는 일정도 좋은 선택이다. 월정사와 약수터를 지나 통신탑 뒤로 오르는 이 코스는 비교적 편안하고, 산행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 억새와 일몰을 모두 품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가을의 절정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오서산의 억새길을 걷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충남 보령과 홍성의 경계에서 만나는 오서산은 억새 능선과 일몰, 바다 전망이라는 세 가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등산 초보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와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가득한 이곳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가을의 선물 같은 장소다.
이번 가을,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을 눈으로 담고 싶다면 오서산으로 향해보자. 바람과 햇살이 만든 억새의 파도는 분명, 잊지 못할 계절의 기억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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