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몰랐을걸요?”… 가을 끝자락, 단풍 절정에 무료 개방된 천년 고찰

입력

입장료·주차비 없는 팔공산 은해사
1,200년 역사 깃든 천년 고찰의 가을

영천 은해사 단풍
영천 은해사 단풍 / 사진=영천시

가을의 끝자락, 마지막 단풍이 팔공산 능선을 수놓는 11월, 입장료와 주차비 걱정 없이 천년 고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대구 근교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은해사는 2022년 4월 1일부로 문화재 관람료가 전면 폐지되어, 이제 누구나 부담 없이 1,200년의 역사가 깃든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비용이 무료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곳은 팔공산의 다른 대표 사찰인 동화사와는 또 다른 매력, 즉 사찰로 향하는 1.3km의 경건한 숲길과 추사 김정희의 강렬한 숨결을 품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경북 영천 은해사

영천 은해사 가을
영천 은해사 가을 / 사진=영천시

은해사의 매력은 일주문이 아닌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식 주소인 경북 영천시 청통면 은해사로 300에 차를 세우고 분수광장에서 사찰 경내까지 이르는 약 1.3km의 구간은 ‘금포정 소나무길’이라 불린다. ‘살생을 금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터널을 이루는 이 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경건해진다.

최근 ‘영천 9경’ 중 하나로 선정되며 조성된 ‘팔공산 은빛 둘레길’의 1코스가 바로 이 금포정 소나무길과 이어진다. 완만한 생태 탐방로를 따라 물소리와 새소리,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복잡했던 도심의 소음은 자연스레 잊힌다.

헌덕왕의 염원이 깃든 1,200년 역사

영천 은해사 전경
영천 은해사 전경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고요한 숲길 끝에 다다른 은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로, 경북 지역의 50여 개 말사를 관할하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그 역사는 신라 헌덕왕 1년인 8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혜철국사가 왕명에 따라 창건한 ‘해안사’가 그 시작이다.

전설에 따르면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조카 애장왕을 희생시킨 헌덕왕이, 그 원혼을 달래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이 절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은해사(銀海寺)’라는 현재의 이름은 ‘은빛 바다가 춤추는 극락정토 같다’는 의미, 혹은 진표율사가 “한 길 은색 세계가 마치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고 표현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임진왜란과 여러 차례의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1849년 3년에 걸친 중창불사 끝에 오늘날의 대웅전과 보화루 등이 재건되었다.

영천 은해사
영천 은해사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은해사 방문의 백미는 단연 경내에 걸린 편액들이다. 1849년 중창 당시, 당대 최고의 명필이었던 추사 김정희가 이곳에 머물며 여러 편액을 남겼다. 대웅전과 불단 뒷벽의 ‘백흥암(百興庵)’ 편액, 그리고 누각인 보화루의 편액이 모두 그의 친필이다.

특히 보화루에 걸린 ‘은해사(銀海寺)’ 편액은 추사의 독특한 서체인 추사체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굳세면서도 자유로운 붓끝의 기운은 1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방문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박물관과 템플스테이

영천 은해사 가을풍경
영천 은해사 가을풍경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사찰 안쪽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성보박물관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은해사의 역사와 유물, 불화 등을 통해 사찰의 뿌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절기인 10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명절 연휴에는 휴관하니 방문 시 참고해야 한다.

은해사 풍경
은해사 풍경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고요한 산사의 가을밤을 온전히 경험하고 싶다면 템플스테이를 추천한다. 특히 2025년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은 한국관광공사와 연계한 ‘여행가는 가을 행복두배 템플스테이’가 진행된다.

이 기간에는 1박 2일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참가비 30,000원에 이용할 수 있어, 붓다의 가르침 속에서 명상과 참선을 체험하며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갖기에 더없이 좋다.

팔공산의 가을은 깊지만 짧다. 더 늦기 전, 입장료와 주차비 부담까지 사라진 천년 고찰 은해사에서 1.3km의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마지막 단풍과 추사의 숨결을 함께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전체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