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아트밸리
폐채석장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킨 한탄강 지질공원의 심장

에메랄드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신비로운 호수, 그리고 그 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압도적인 화강암 절벽. 이곳이 한때 중장비 소음으로 가득했던 채석장이었다는 사실을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비현실적인 풍경 뒤에는 인간이 남긴 상처를 자연 스스로가 치유하고, 그 위에 예술과 시간이 덧입혀져 완성된 기적 같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단순한 공원을 넘어, 지구의 역사를 품은 거대한 대지 예술 작품으로 떠나는 특별한 가을 여행을 제안한다.
포천아트밸리
“매년 40만 명이 찾는 명소”

포천아트밸리는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에 자리한, 국내 최초의 환경 복원 및 문화 재생 복합 공간이다. 이곳의 역사는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이곳은 화강암 채굴이 끝난 뒤 흉물스럽게 버려진 폐채석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포천시의 환경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2009년 10월, 연간 40만 명 이상이 찾는 지금의 모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곳의 심장은 단연 천주호다. 화강암을 채석하며 파 들어갔던 거대한 웅덩이에 샘물과 빗물이 유입되어 자연적으로 형성된 이 호수는 최대 수심이 20m에 달하며, 도롱뇽과 피라미가 서식할 만큼 깨끗한 1급수 수질을 자랑한다.
호수가 신비로운 에메랄드빛을 띠는 이유는 화강암에 포함된 광물 성분이 물에 녹아들었기 때문으로, 계절과 햇빛의 각도에 따라 그 색이 미묘하게 변하며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가을이면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물든 단풍이 호수에 그대로 투영되어,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초현실적인 데칼코마니 풍경을 연출한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지질 명소

포천아트밸리의 가치는 아름다운 풍경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은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핵심 지질명소 중 하나다.
약 1억 8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대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이 절벽들은 한반도의 지질학적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곳에서 채굴된 포천 화강암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의 주재료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청와대 본관, 국회의사당, 대법원, 인천국제공항 등 국가의 상징적인 건물들이 바로 이곳의 돌로 지어졌다.
즉, 포천아트밸리를 걷는 것은 대한민국의 산업화 역사와 지구의 시간을 동시에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인 셈이다. 상처 입은 땅이 이제는 자신의 역사적, 지질학적 가치를 당당히 증명하며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예술과 과학, 편리함까지 더한 오감만족 여행

웅장한 자연 속에는 예술적 영감과 과학적 호기심을 채워줄 다채로운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포천 화강암을 주재료로 한 30여 점의 조각 작품이 설치된 조각공원을 만날 수 있다.
자연과 예술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 숨 쉬는 ‘대지 미술관’임을 느끼게 한다.
또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천문과학관은 4D 영상 체험관과 최첨단 천체망원경을 갖추고 있어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주차장에서 천주호와 천문과학관까지는 경사로를 따라 도보로 약 10~15분 정도 소요되지만,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단 몇 분 만에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했다면 모노레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포천아트밸리의 하절기(3월~10월)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이며, 금·토·공휴일에는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동절기(11월~2월)에는 저녁 6시까지 운영되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매월 첫째 주 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다. 관외 거주자 기준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이며, 모노레일은 별도(성인 왕복 5,300원)로 이용할 수 있다.
삭막했던 폐채석장에서 자연과 예술, 그리고 교육이 어우러진 생태 문화 공원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포천아트밸리. 이번 주말, 상처가 어떻게 보석이 될 수 있는지, 그 경이로운 과정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곳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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