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억 원 투자할 정도야?”… 40년 저수지 품은 경사 없는 2.6km 겨울 산책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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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고모호수공원
40년 된 저수지가 품은 담백한 겨울

고모호수공원 겨울 풍경
고모호수공원 겨울 풍경 / 사진=경기도 공식 블로그 유애형

12월의 포천은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호수 가장자리를 걷는 순간 시간의 밀도가 달라진다. 얼음이 얇게 덮인 수면 위로 겨울 햇살이 부서지고, 나뭇가지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면 색을 덜어낸 풍경만이 남는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에 자리한 고모호수공원은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는 계절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천천히 걷기 좋은 곳이다.

1984년 준공된 이 저수지는 원래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40년이 흐른 지금은 중장년층과 반려동물 동반 가족이 주말마다 찾는 산책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별하지 않지만 소중한 걷기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포천 고모호수공원

고모호수공원 데크길
고모호수공원 데크길 / 사진=경기도 공식 블로그 유애형

고모호수공원의 둘레길은 총 2.6km로, 데크 산책로와 흙길이 혼합된 구조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동선이라 운동화만 신으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으며, 개인 속도에 따라 40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저수지는 면적 0.18㎢에 저수량 약 130만 톤 규모로, 죽엽산 자락 아래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겨울 둘레길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함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호수 표면과 앙상한 나뭇가지, 하얀 설경이 어우러지면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색을 덜어낸 채 정직하게 다가온다.

이 과정에서 오후 햇빛이 호수에 반사되는 순간은 사진 촬영에 유리하며, 둘레길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 표지판을 참고하면 된다. 4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휴일 12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분수가 작동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셈이다.

소박한 즐길 거리

느린 우체통
느린 우체통 / 사진=경기도 공식 블로그 유애형

호수 위에서 직접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리배를 이용할 수 있다. 2인 기준 1시간 20,000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신 가격은 포천관광정보센터(031-535-5068)로 확인하는 편이 좋다. 겨울철 운영 여부도 사전에 문의하면 더욱 정확하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파이프 조형물인 소리체험난간을 만날 수 있는데, 어린이들이 두드리며 소리를 내는 공간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다.

게다가 2021년 설치된 느린 우체통은 감성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로, 우편엽서에 메시지를 작성하면 100일 후 배달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쉼터와 벤치는 둘레길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중간중간 쉬어가며 걸을 수 있으며, 호수 테마의 생물 조형물과 타일 미술 작품도 곳곳에 숨어 있다.

편안한 접근성

고모호수공원 산책로
고모호수공원 산책로 / 사진=경기도 공식 블로그 유애형

고모호수공원은 연중무휴 24시간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다. 주소는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678-1이며, 서울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규모는 명확하지 않으며, 포천시가 추진 중인 명소화 사업에서 520면 규모의 주차장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방문 시간대는 평일 오전이 가장 한적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외투와 방한용품, 운동화가 필수이며, 데크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빙판길 위험은 낮은 편이지만 현지 기상 상황을 확인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하루 코스

고모호수공원 모습
고모호수공원 모습 / 사진=경기도 공식 블로그 유애형

산책 후에는 차로 5분 이내 거리에 있는 고모리 카페거리로 이동해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이는 일정을 추천한다. 인근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소규모 갤러리, 로컬 핸드메이드샵이 모여 있어 여유로운 나들이를 완성할 수 있다.

약 5.3km 거리에는 광릉수목원(국립수목원)이 있어 숲길 산책과 식물 관찰을 함께 즐기기에 좋고, 차로 30분에서 40분 거리에는 포천 아트밸리가 있어 미술관, 공연장, 천문과학관 등 문화 체험을 연계할 수 있다.

포천시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3단계에 걸쳐 418억 원을 투자하는 명소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덕분에 앞으로 고모호수공원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기대되는 동시에, 지금의 소박한 매력이 어떻게 유지될지도 지켜볼 만하다.

고모호수공원 겨울
고모호수공원 겨울 / 사진=경기도 공식 블로그 유애형

고모호수공원은 겨울 호수를 걸으며 계절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중장년층과 반려동물 동반 가족, 자연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공간이다.

2.6km 평탄한 둘레길과 무료 입장, 상시 개방이라는 조건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계절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천천히 걷는 시간, 그 자체의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12월 겨울 포천으로 향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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