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파도 치는 절벽이 만든 25km 한반도 최동단 트레킹

입력

4개 코스로 나뉜 무료 개방 둘레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모습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찬바람이 뺨을 스치는 순간, 발아래로 하얀 포말이 부서진다. 동해 끝자락, 한반도가 호랑이 꼬리처럼 뻗어 나간 그곳에서 파도는 쉼 없이 기암을 두드린다. 1억 5천만 년 전 화산이 빚어낸 바위는 풍화되어 저마다의 이름을 얻었고, 그 사이로 난 길은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허문다.

한반도 최동단이라는 상징성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땅, 전국 어디에도 없는 파도 치는 해안둘레길이 25km에 걸쳐 펼쳐지기 때문이다.

절벽 위 데크길을 따라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파도와 함께 걷는 여정은 자연이 선사하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을 일깨운다.

한반도 호랑이 꼬리 따라 이어진 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풍경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풍경 / 사진=경북 나드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2790번길 20-18)은 한반도 최동단 지형을 따라 조성된 트레킹 코스다.

동해면·호미곶면·구룡포읍·장기면에 걸쳐 있으며, 호랑이 꼏리 부분에 해당하는 이 길은 전체 25km에 이른다. 해파랑길과 연계하면 58km까지 확장되는 셈이다.

1코스 연오랑세오녀길(6.1km), 2코스 선바우길(6.5km), 3코스 구룡소길(6.5km), 4코스 호미길(5.3~5.6km)로 나뉘며, 각 구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체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모든 코스를 연결하면 하루 일정으로도 완주 가능하다.

400m마다 있는 기암절벽 풍경

2코스 선바우길
2코스 선바우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2코스 선바우길은 둘레길의 백미로 꼽힌다. 바다 위에 설치된 목재 데크가 파도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이어지며, 걷는 내내 포말이 튀어 오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선바우·여왕바위·힌디기 등 15개 바위는 400m마다 등장하고, 풍화 작용으로 빚어진 형상마다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다.

1억 5천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화산암 지대는 시간이 흐르며 독특한 절경을 만들어냈다. 특히 일몰 시간대에는 노을이 기암을 붉게 물들이며, 동해 특유의 푸른빛과 대비를 이룬다. 3코스 구룡소는 난이도가 높아 트레킹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신라 설화와 근대사가 공존하는 코스

호미곶 해맞이광장
호미곶 해맞이광장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1코스는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깃든 구간이다. 신라 시대 일본으로 건너간 부부의 전설은 청림일월(도기야)이라는 지명으로 남아 있으며,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서는 설화를 체험할 수 있다.

한국뜰과 포토존이 조성되어 있고, 귀비고라 불리는 전망대에서는 영일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4코스 끝에는 호미곶 해맞이광장이 자리한다. 상생의 손 조형물과 이육사 시비가 있으며, 매년 1월 1일 열리는 한민족 해맞이 축전에는 수만 명이 모인다. 한국천문연구원 기준 오전 7시 32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순간을 맞이하는 셈이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데크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데크로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입장료·주차료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된다.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하고 문의는 054-270-5836으로 하면 된다.

포항역에서 동해3번 버스를 이용하면 약 30분에서 1시간 소요되나, 배차 간격이 30분 이상으로 긴 편이다. 자차 이용 시 포항 도심에서 20~40분 거리다.

기상특보 발효 시에는 출입이 금지되며, 겨울철 강풍과 높은 파도에 유의해야 한다. 자갈길 구간이 많아 운동화 착용을 권장하고, 일출 관람을 원한다면 오전 6시 30분 이전 도착이 필요하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경계에서 자연의 시간을 체감하는 공간이다.

파도 소리와 바람, 풍화된 기암이 만든 풍경은 인위적인 장치 없이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한반도 최동단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고,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호미반도로 향해 25km 여정을 시작해 보길 권한다. 발아래 부서지는 파도가 일상의 무게를 씻어내는 편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