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형산강 장미원
분홍빛 물결로 물든 가을 정원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 마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분홍빛 물결을 찾아 헤맨다. 바람에 서걱이는 부드러운 소리, 석양을 받아 더욱 짙어지는 몽환적인 색감. 핑크뮬리는 이제 완연한 가을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이 황홀한 풍경을 ‘장미원’이라는 이름의 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이 의외의 조합이 바로 지금, 포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실이 되어 펼쳐지고 있다. 장미의 계절이 지난 정원에서 마주한 예상 밖의 선물, 형산강 장미원이 눈부신 가을 풍경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가을엔 핑크뮬리가 주인공”

형산강 장미원은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 43-4에 위치한 도심 속 휴식 공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봄과 여름 내내 다채로운 품종의 장미가 만발하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이곳의 풍경은 극적인 반전을 맞이한다.
계절의 주인공 자리를 화려한 장미에게서 물려받아, 부드러운 분홍빛의 핑크뮬리가 정원 한쪽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장미원’이라는 이름만 생각하고 방문했다면, 눈앞에 펼쳐진 분홍빛 파도에 놀라움과 감탄을 동시에 터뜨리게 된다.

이곳의 핑크뮬리 군락은 약 50m 길이에 걸쳐 긴 띠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규모가 아주 크진 않지만, 형산강의 푸른 물과 높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어 그 색감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특히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군락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길을 내어두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핑크뮬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분홍빛 안개 속에 폭 파묻힌 듯한 신비로운 ‘인생 사진’을 마음껏 남길 수 있다. 9월부터 11월까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니, 바로 지금이 그 절정의 순간을 만끽할 최적의 시기다.
“덤으로 즐기는 가을 장미와 강변의 낭만”

그렇다고 장미를 전혀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핑크뮬리 밭 주변으로는 늦가을까지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는 가을 장미들이 소담하게 피어 있다.
비록 여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서늘한 가을바람 속에서 더욱 짙어진 색감과 향기를 뿜어내는 장미들은 핑크뮬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분홍빛 솜사탕 같은 핑크뮬리와 고혹적인 장미를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것은 형산강 장미원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다.

형산강 장미원은 형산강 환경생태공원의 일부로, 넓은 공용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 걱정이 없으며 입장료 또한 무료다. 잘 정비된 강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바로 옆으로 이어져 있어, 핑크뮬리 감상 후에는 강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을날, 멀리 떠나지 않고도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포항 형산강 장미원으로 향해보기를 추천한다. 예상치 못한 분홍빛 풍경이 당신의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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