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으로 바다가 펼쳐져요”… 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인 가을 해상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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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바다 위를 걷는 상징의 예술

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항공
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항공 / 사진=포항여행

푸른 동해를 향해 거침없이 뻗어 나간 거대한 닻. 그 끝에 서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휩쓸 때, 많은 이들은 그저 아름다운 배경을 가진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이곳을 단순히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포토존’으로만 여긴다면, 이 구조물이 품고 있는 묵직한 이야기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림 같은 풍경 너머, 우리 땅 독도를 향한 굳건한 의지가 어떻게 건축물로 형상화되었는지, 그리고 조선 최고의 화가가 왜 이 앞바다를 거닐며 붓을 들었는지, 그 숨겨진 서사를 따라가 보자. 이곳은 눈의 즐거움을 넘어 가슴을 채우는 특별한 여행을 약속하는 장소다.

“동해의 심장을 향해 내린 닻, 그 끝은 독도를 향한다”

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 사진=포항여행

이가리 닻 전망대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 산67-3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선박을 항구에 고정하는 ‘닻’을 형상화한 높이 10m, 총길이 102m의 해상 전망대로, 푸른 소나무 숲과 청명한 이가리 간이해변을 배경으로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포항시가 ‘환동해 해양관광 중심도시’라는 비전 아래 조성한 이 해양문화공간은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포항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상징물이다.

이곳이 여느 해상 전망대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닻머리가 향하는 방향에 있다. 전망대의 끝은 정확히 동쪽을 향하는데, 이는 직선거리로 약 251km 떨어진 우리의 고유 영토 독도를 가리키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가리 닻 전망대
이가리 닻 전망대 / 사진=포항여행

이는 동해를 굳건히 지키고 우리 영토를 수호하려는 국민적 염원을 담아낸 강력한 메시지다. 방문객들은 그저 바다를 조망하는 것을 넘어, 전망대 끝에 서서 아득한 수평선 너머의 독도를 상상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전망대 위를 걷는 경험 또한 특별하다. 발아래로는 촘촘한 철제 스크린 너머로 투명한 바닷물이 그대로 비쳐 보여, 마치 푸른 물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함과 해방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JTBC 드라마 ‘런 온’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인기는 더욱 치솟았지만, 미디어 속 풍경보다 이곳이 품은 상징적 깊이가 방문의 진정한 가치를 만든다.

단순한 ‘바닷길’이 아닌 ‘메시지’가 있는 곳

이가리 닻 전망대 전경
이가리 닻 전망대 전경 / 사진=경북나드리 남상우

동해안에는 이가리 닻 전망대 외에도 바다를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여러 해상 구조물이 있다. 경북 영덕군의 해파랑공원 해상산책로나 경주시의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장소가 자연 경관에 순응하며 바다 위를 걷는 ‘체험’ 자체에 중점을 둔다면, 이가리 닻 전망대는 ‘닻’과 ‘독도‘라는 명확하고 강렬한 상징성을 통해 방문객에게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다른 곳들이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이곳은 바다를 향한 인간의 의지와 염원을 표현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곳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감상을 넘어, ‘장엄하다’와 ‘의미 있다’는 감정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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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노을
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노을 / 사진=경북나드리 김상석

방문을 계획한다면 몇 가지 실용적인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주차장은 제1, 제2주차장으로 나뉘어 있다. 전망대 바로 앞 제1주차장은 공간이 협소해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매우 혼잡하므로, 처음부터 언덕 위 넓은 제2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제2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 운치가 있으며, 도보로 약 5분이면 충분하다.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 위의 이가리 닻 전망대는 당신의 포항 여행에 잊지 못할 깊이와 무게를 더해줄, 단순한 여행지 그 이상의 목적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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