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영일만 일출부터 포스코 야경까지 품은 동해안 절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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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12경, 귀비고 전시관과 무료로 즐기는 동해안 트레킹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모습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동해안 바람이 차갑게 불어온다.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은 겨울 바다를 은빛으로 물들이고, 절벽 아래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계절의 깊이를 더한다. 이맘때면 포항 호미반도 해안가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품은 특별한 풍경을 선사하는 편이다.

157년 신라 아달라왕 시대,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는 전설이 시작된 곳. 삼국유사 권1에 기록된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는 1,8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현대의 문화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겨울철 동해안 여행지를 찾는다면, 이곳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고대 신화의 흔적과 현대적 전시 공간, 그리고 24.7km에 이르는 해안 둘레길까지 연결된 이 명소는 포항 12경 중 8경으로 선정된 바 있다.

삼국유사가 기록한 일월신화의 무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 3012)은 영일만이 내려다보이는 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다. 157년 신라 아달라왕 즉위 4년, 해초를 따던 연오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 그곳의 왕이 되었고, 뒤를 쫓아간 세오녀 역시 왕비가 되었다는 설화가 이 공원의 배경이다.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자 일관이 “우리나라의 일월정기가 일본으로 가버렸다”고 아뢰었으며, 사신을 보내 두 사람이 짠 비단을 받아 제사를 지내자 해와 달이 다시 밝아졌다고 전해진다.

이 비단을 보관한 곳을 ‘귀비고(貴妃庫)’라 불렀고, 이곳을 영일현(迎日縣) 또는 도기야(都祈野)로 명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58년 신라 경주에서 실제 발생한 개기일식이 이 설화의 배경이라는 학설도 존재한다.

VR·미디어 아트로 재현한 신화 공간

귀비고 전시관
귀비고 전시관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공원 내 귀비고 전시관은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다층 구조로 설계되었다. 1층 영상관에서는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상영하며, 지하 1층 전시실에서는 VR 바위타기 체험을 통해 설화 속 장면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2층 카페와 테라스에서는 영일만 해상을 조망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옥상 전망대에서는 동쪽 일출과 서쪽 일몰을 동시에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공원 입구에는 연오랑과 세오녀가 타고 떠났다는 쌍거북바위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으며, 신라마을에는 영일댁·연오세오댁·도기야댁·대장간 등 초가집 건물이 재현되어 있어 고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2층 규모의 일월대는 영일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공간으로,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 방문객이 몰리는 편이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4코스와 연계된 트레킹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일월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일월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1코스(연오랑세오녀길)의 종점이자 2코스(선바우길)의 시점에 해당한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총 4코스 24.7km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반도 최동단 육지를 따라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로 알려져 있다.

1코스는 청림운동장에서 출발해 6.1km를 걸어 테마공원에 도착하고, 2코스는 테마공원에서 시작해 6.5km 해안 데크길과 절벽을 지나 하선대·흥환해수욕장을 경유한다.

공원에서 일월대까지 이어진 400m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중간에 산마루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쉬어가기 좋다. 겨울철에는 동해 바다와 절벽이 만든 풍경이 선명하게 펼쳐지며, 밤 시간에는 멀리 포스코 제철소의 조명이 해안선을 따라 빛을 내뿜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무료 입장·주차에 전기차 충전까지 완비

호미반도 둘레길의 일부
호미반도 둘레길의 일부 / 사진=포항시 공식 블로그 정유리

귀비고 전시관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 30분이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은 정기 휴무일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단체 관람객(10인 이상)은 사전 예약이 권장된다. 공원 전체는 전시관과 다르게 정기 휴무 없이 입장할 수 있다.

주차장은 소형차 65대, 대형차 3대 규모로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비는 무료다. 전기차 급속 충전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친환경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도 편의를 제공한다. 문의는 포항문화재단 귀비고(054-289-7955)로 가능하다.

포항역에서 시내버스 209번을 이용하면 약 30~40분 소요되며, 포항고속버스터미널에서도 같은 노선으로 40~5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해안가 강풍이 강하게 불어오므로 따뜻한 복장을 준비하고, 절벽 근처에서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태풍이나 폭우 등 기상 악화 시 해안길이 임시 폐쇄될 수 있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풍경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풍경 / 사진=포항시 공식 블로그 정유리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은 1,800년 전 신화와 현대 기술이 만난 문화 공간이다. 역사·문화·자연이 통합된 경험은 방문객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셈이다.

겨울 동해의 일출을 맞이하고 싶다면, 오전 6시에서 7시 30분 사이에 일월대로 향해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해 보길 권한다.

석양은 오후 4시에서 5시 30분 사이가 적기이며, 오후 6시 이후에는 포스코 야경이 해안선을 밝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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