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없어요”… 하루종일 머물고 싶은 하얀 눈꽃 이팝나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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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가 어우러진 경남 밀양 위양지

밀양 위양지
밀양 위양지 / 사진=밀양시청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정자와 호수, 그리고 고요한 숲.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279-2에는 이름도 생소한 ‘위양지(位兩池)’라는 저수지가 있다.

겉보기엔 단순한 물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선비들의 풍류와 자연의 품격이 공존하는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특히 봄, 눈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이팝나무가 위양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백성을 위한 물길로 시작된 이곳은 어느새 마음을 씻어주는 풍경의 정원으로 자리 잡았다.

밀양 위양지 이팝나무
밀양 위양지 이팝나무 / 사진=밀양시청

위양지는 신라시대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인공 저수지다. 단순한 수리 시설이 아닌, 백성을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위(位)양(兩)지’라 불리며 역사적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단지 오래된 저수지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품은 풍경으로 재탄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수지 한가운데 떠 있는 다섯 개의 작은 섬과 그 위에 자리 잡은 정자 ‘완재정’이다.

정자는 위양지의 중심에서 잔잔한 물결과 어우러지며,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처럼 느껴진다. 고요한 수면에 비친 정자의 반영은 시간도 잠시 멈춘 듯한 인상을 준다.

밀양 위양지 이팝나무 항공샷
밀양 위양지 이팝나무 항공샷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팝나무는 원래 꽃이 흰 쌀밥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이팝나무가 밀양 위양지에서는 5월이면 나무마다 하얗게 꽃을 틔워 하늘도 땅도 흰 물결로 뒤덮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이팝나무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위양지의 나무다. 봄날,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꽃잎들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말갛게 만든다.

이팝나무 외에도 위양지 주변에는 아름드리 왕버드나무와 소나무들이 둘러서 있다. 그 덕분에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뽐낸다.

밀양 위양지 이팝나무 풍경
밀양 위양지 이팝나무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양지는 단순히 자연이 아름다운 곳 그 이상이다. 과거 선비들과 문인학자들이 즐겨 찾았던 이유도 그 풍경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조용히 정자에 앉아 시를 읊고, 잔잔한 물결 위로 드리운 나뭇가지 사이로 계절의 변화를 관조하며, 삶의 번잡함을 잠시 잊고자 했던 그들의 발걸음이 머물던 곳이다.

특히 완재정은 학문과 사색의 공간으로도 쓰였다. 수면 위의 정자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풍경은 마치 자연 속으로 스며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밀양 위양지 이팝꽃
밀양 위양지 이팝꽃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백성을 위해 시작된 물길이 천 년의 시간을 지나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풍경이 되었다. 경남 밀양 위양지는 단순한 저수지가 아니라,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정원의 품격을 가진 곳이다.

이팝나무가 만개하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위양지에서 조용한 감동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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