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6배 넓이가 다 꽃밭?”… 샤스타데이지가 수놓은 끝없는 풍경

6월 샤스타데이지 명소
해발 1,250M에서 만나는 샤스타데이지

누구나 한 번쯤은 초록 초원에 흰 꽃이 가득 피어 있는 풍경 속을 걷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강원도 평창에선 이 상상이 현실이 된다.

해발 1,250m 청옥산 자락에 위치한 육백마지기, 그 드넓은 평원에 지금 샤스타데이지가 만개했다. 6월에서 7월 초, 단 한 달 남짓 펼쳐지는 이 장면은 자연이 여름을 알리는 방식이자, 도시를 떠나고픈 이들에게 주는 가장 강력한 초대장이다.

육백마지기는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넓은 들판’이라는 이름처럼 실제 축구장 여섯 개 크기의 평원이다. 이 넓은 고원지대는 현재 샤스타데이지로 덮여 있다.

하얀 꽃잎과 노란 중심의 선명한 대비는 마치 초록 캔버스 위에 수백만 개의 계란 프라이를 흩뿌린 듯한 장관을 이룬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광경은 걷는 걸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곳은 단순한 꽃밭이 아니라 능선을 따라 펼쳐진 풍력 발전기와 어우러지며 더 큰 풍경의 스케일을 완성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능선 위에 도착하면 어느새 하늘과 구름이 가까워진다.

손에 닿을 듯 낮게 떠 있는 구름, 그리고 그 아래 흔들리는 데이지 군락은 마치 유럽의 알프스 초원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육백마지기의 하루는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한낮엔 햇살에 빛나는 꽃밭, 저녁 무렵이면 산 능선 너머로 떨어지는 해가 평원을 붉게 물들이며 또 하나의 풍경화를 만든다. 잠시라도 그 순간을 마주했다면, 하루를 투자한 보람이 남는다.

육백마지기에서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꽃을 보며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 피크닉처럼 돗자리를 펴고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 웨딩 촬영이나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커플들까지. 고도가 높고 바람이 시원해 한여름에도 답답함이 덜하다.

특히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이곳이 천국이다.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어느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려도 엽서 같은 풍경이 잡힌다.

육백마지기를 걷다 보면 어느새 바쁜 일상이 멀게 느껴진다. 고요한 산세와 초원의 꽃들,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를 준다.

이곳의 풍경은 사진으로도 글로도 완전히 담아낼 수 없다. 고요함 속에 흐르는 바람, 이슬 내린 흙냄새, 풀 내음이 섞인 공기. 그리고 그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데이지의 물결. 이 모든 것이 모여 육백마지기라는 단 하나의 풍경을 완성한다.

평창 육백마지기는 단지 예쁜 풍경을 가진 여행지가 아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자연이 건네는 위로가 필요할 때 이곳은 최적의 도착지다.

샤스타데이지가 절정을 이루는 이 시기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방문 타이밍이다. 도심을 벗어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도착한 그곳엔, 말없이 위로를 건네는 자연이 기다리고 있다.

한 번쯤은 그 풍경 속에 머물러 보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한 여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