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20억 원이 투입됐다고?”… 53년간 닫혀 있었던 해안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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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2021년 4월 1일 개방된 길

덕봉산 모습
덕봉산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반세기 넘게 군사 통제 구역으로 묶여 있던 강원 삼척의 해안 산 하나가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1968년 이후 53년간 철책에 둘러싸여 있던 덕봉산이 2021년 4월 1일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로 공식 개방되며, 동해안의 새로운 걷기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덕봉산은 해발 53.9m로 높지 않지만, 한때 바다 위에 떠 있던 섬이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陸繫島)라는 독특한 지형을 품었다.

탐방로는 내륙 317m와 해안 626m로 구성되며, 두 길을 합한 총 거리는 943m다. 전체를 둘러보는 데 약 1시간이면 충분한 이곳을 살펴보자.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덕봉산
덕봉산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덕봉산의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동여지도』와 『대동여지도』에는 이곳이 ‘덕산도(德山島)’라는 섬으로 기록돼 있다.

지역에서는 예부터 물독을 닮았다 하여 ‘더멍산’이라 불렀는데, 이 별칭이 오늘날 ‘덕봉산’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

세월이 흐르며 파도와 해류가 모래를 쌓아 올렸고, 섬과 육지는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현재 덕봉산은 덕산해수욕장과 맹방해수욕장 사이 좁은 해안 지형에 자리하며, 한때 섬이었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철책으로 둘러싸였던 산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덕봉산이 일반인의 접근에서 멀어진 것은 1968년 10월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다.

사건 이후 동해안 일대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분류됐고, 덕봉산 역시 군사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출입이 통제됐다. 이후 2021년까지 정확히 53년 동안 철책 안에 머물렀다.

전환점은 2020년 10월이었다. 국방부와 삼척시의 협의를 통해 철책 철거가 결정됐고, 약 20억 원을 투입해 데크길과 계단, 전망대가 조성됐다. 이듬해 4월 1일, 덕봉산은 시민들에게 다시 열렸다.

두 개의 얼굴

해안데크길
해안데크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는 성격이 뚜렷이 다른 두 구간으로 나뉜다. 덕산해수욕장 주차장 인근에서 시작하면 내륙 코스(317m)가 먼저 이어진다.

대나무 숲 사이로 난 계단길은 경사가 있는 편이지만 거리가 짧아 20~30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이 구간은 ‘천국의 계단’으로 불리며, 숲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과 소리가 인상적이다.

정상에서 내려오거나 맹방해수욕장 방향으로 진입하면 해안 코스(626m)를 만난다. 기암괴석이 늘어선 해안선을 따라 데크길이 설치돼 있어 비교적 평탄하게 걸을 수 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로, 연령대에 관계없이 부담이 적다.

정상에서 마주하는 동해의 파노라마

기암괴석
기암괴석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에 위치한 탐방로는 해발 53.9m의 정상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 서면 맹방해수욕장의 명사십리 백사장과 덕산해변, 마읍천, 근덕 시가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고도가 높지 않음에도 시야가 열려 있어, 동해의 수평선을 온전히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탐방로는 상시 개방으로 운영되며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차도 무료로 가능하다. 다만 태풍이나 강풍, 호우 등 기상 악화 시에는 안전을 위해 예고 없이 통제될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모습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는 사진 촬영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덕산해변의 S자 형태 외나무다리는 덕봉산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촬영 지점으로 꼽힌다.

대나무 숲 계단길과 정상 전망대 역시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다.

53년 동안 닫혀 있던 산은 이제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이 됐다.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는 총 943m의 짧은 거리 안에 동해안의 자연과 현대사의 단면을 함께 담아낸 해안 산책로로, 바다와 숲을 동시에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선택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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