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만에 열린 비밀의 길”… 바다·숲 동시에 걷는 해안 트레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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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53년의 기다림 끝에 드러난 압도적 풍경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전경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푸른 동해를 즐기기 위해 삼척을 찾았다면, 대부분의 발길은 드넓은 백사장을 지닌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잠시 고개를 돌려 해변 옆, 봉긋하게 솟은 작은 산에 주목해보자.

그곳에는 반세기 넘게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며 비로소 세상에 공개된 비밀의 풍경이 숨겨져 있다. 철책선 너머에 감춰져 있던 비경이 파도 소리와 숲의 향기를 동시에 품고 우리를 기다린다.

이곳은 단순한 전망대가 아닌, 시간의 더께와 자연의 생명력이 응축된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는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산 106-1 일원에 자리한다. 이곳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1968년 군 경계 철책이 설치된 이래, 무려 53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덕분에 원시적인 자연 생태가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고, 마침내 2021년 4월 삼척시의 노력으로 철책이 걷히면서 그 신비로운 모습을 일반에 공개했다.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산의 지리적 정체성이다. 조선 시대의 ‘해동여지도’와 ‘대동여지도’에도 등장하는 덕봉산은 본래 바다 위에 외로이 떠 있던 섬이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실어 나른 모래가 쌓여 육지와 연결되었는데, 이러한 지형을 지리학에서는 ‘육계도’라 칭한다. 물독을 엎어놓은 모양과 같아 ‘더멍산’이라 불렸다는 유래처럼, 이곳을 걷는 것은 섬과 육지를 동시에 밟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반세기의 기다림 끝에, 우리는 이제 한 시간 남짓의 트레킹으로 이 응축된 시간과 자연의 경이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626m 바닷길과 317m 숲길

덕봉산 숲길
덕봉산 숲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탐방은 주로 맹방해수욕장 쪽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시작된다. 입구에서부터 길은 두 갈래로 나뉘어 여행자에게 즐거운 고민을 안겨준다. 왼쪽은 해안을 따라 기암괴석의 절경을 감상하는 626m의 해안 코스, 오른쪽은 짙은 대나무 숲 사이를 통과하는 317m의 내륙 숲길 코스다.

해안 코스를 선택하면 발아래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걷게 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오랜 풍파가 빚어낸 바위들의 조화는 한 걸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반면 숲길 코스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울창한 대나무 숲이 터널을 이루어 한여름의 햇볕을 가려주고, 댓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정화한다. 어느 코스를 택하든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가파른 계단 구간이 나타나는데, 숨이 턱에 찰 때쯤 고개를 들면 펼쳐지는 압도적인 바다 풍경 덕분에 ‘천국의 계단’이라는 별명이 전혀 아깝지 않다.

정상에서 마주한 360도 파노라마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외나무다리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외나무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두 코스가 만나는 정상 전망대에 서면 모든 노력이 완벽하게 보상받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북쪽으로는 BTS가 ‘버터(Butter)’ 앨범 재킷을 촬영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맹방해수욕장이, 남쪽으로는 아늑한 덕산해수욕장이 양팔을 벌린 듯 시원하게 펼쳐진다.

두 해변을 잇는 모래톱과 그 위를 흐르는 마읍천의 물줄기가 동해의 푸른빛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정상에는 이곳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진 포토존과 먼바다를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에도 좋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반세기 전에는 군인들의 초소 너머로만 존재했을 이 풍경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모습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모습 / 사진=삼척시 공식블로그 김현주

탐방로를 온전히 즐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며, 맹방해수욕장이나 덕산해수욕장 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연중무휴, 상시 개방을 원칙으로 하지만, 태풍이나 호우, 강풍 등 기상특보가 발효될 경우 안전을 위해 예고 없이 출입이 통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날씨 확인은 필수다.

삼척 여행이 그저 바다에서 머무는 것으로 끝났다면, 이제 발걸음을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로 옮겨보자. 그곳에는 53년의 세월이 지켜낸 자연의 경이와 우리가 누릴 수 있게 된 자유의 가치가 함께 녹아있다.

바닷길의 낭만과 숲길의 평온함을 넘나드는 이 짧은 여정은 당신의 삼척 여행에 가장 깊고 선명한 인장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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