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지정된 이유 있었네”… 5억 년 세월이 빚은 동양 최대 석회암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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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환선굴, 천연기념물 178호 동굴지대의 비경

삼척 환선굴
삼척 환선굴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아직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계절, 지상의 풍경이 빛을 잃어가는 무렵에도 땅속은 다르다. 해발 500m 덕항산 남면 중턱, 산이 품은 어둠 속에서 온도는 변하지 않는다. 연중 10~15℃를 유지하는 그 공간에는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른다.

5억 3천만 년 전 고생대 초기 캄브리아기에 형성된 이 동굴은 1662년 허목이 『척주지』에 처음 기록을 남긴 이래,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채 스스로의 형태를 완성해왔다.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총연장 6.5km 이상에 이르는 거대한 지하 세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권이다. 개방 구간인 1.6km만으로도 자연이 만든 조각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덕항산 품은 동굴지대의 역사와 입지

삼척 환선굴 모습
삼척 환선굴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환선굴(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00)은 덕항산 남면 해발 500m 지점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암 동굴이다.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는 총 면적 약 6.58㎢에 이르며, 환선굴을 포함해 관음굴·대금굴·사다리바위바람굴 등 10여 개의 동굴이 해발 400~1,000m 사이에 분포하고 있다. 이 일대는 고생대 초기에 쌓인 석회암층이 오랜 세월 지하수에 용식되며 형성된 지형으로, 한반도 동굴 지질학의 핵심 연구 거점이기도 하다.

1662년 허목의 『척주지』에 처음 이름을 올린 뒤 수백 년간 그 원형이 보존되었으며,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체계적인 보호가 시작되었다.

선녀바위부터 10m 폭포까지, 동굴 내부 풍경

삼척 환선굴 풍경
삼척 환선굴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입구에서 약 80m 지점에서 굴은 네 갈래로 갈라진다. 북향굴·서북향굴·남향굴·중앙본굴로 나뉘는 이 분기 구조가 6.5km 이상 총연장의 골격을 이룬다.

개방 구간인 1.6km를 걷는 동안 선녀바위·누룩바위·만물상·도깨비방망이·옥좌대·마리아상·거북이·사자상 등 석회암이 빚어낸 조형들이 이어지며, 천장과 바닥 사이로 종유석과 석순·석주가 공간을 채운다.

특히 높이 10m 이상의 폭포 3개가 동굴 내부에서 실제로 흐르고 있어, 지하 세계가 살아 있는 공간임을 실감하게 한다. 내부 폭은 구간에 따라 20~100m, 높이는 20~30m에 이르러 동굴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좁고 낮은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편이다.

고유종 4종 서식지, 생태적 가치와 주변 연계

대금굴
대금굴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경기

환선굴에는 39~47종에 이르는 동굴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환선장님좀딱정벌레를 포함한 4종은 이 동굴이 모식산지이거나 고유종으로 분류되는 생물이다.

빛이 닿지 않는 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의 존재는 이곳을 단순한 지형 명소가 아닌 살아 있는 생태 연구 공간으로 만든다.

환선굴 관람 후에는 인근 대금굴 연계 탐방도 가능하다. 대금굴은 사전 예약이 필수인 반면, 환선굴은 현장 발권으로 입장할 수 있어 일정 조율이 비교적 수월하다. 두 동굴 모두 대이리 동굴지대 안에 자리하고 있어 반나절 이상의 동굴 탐방 코스를 구성할 수 있다.

운영 시간·요금 및 방문 전 확인 사항

동굴 호수
동굴 호수 / 사진=삼척시 문화관광

하절기(3~10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매표 마감, 동절기(11~2월)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어른 4,500원, 경로·청소년 3,000원, 어린이·군인 2,000원이며 국가유공자·장애인·신기면 주민은 무료다(요금은 방문 전 공식 채널에서 재확인 권장).

매표소에서 동굴 입구까지 도보로 왕복 약 1시간이 소요되며, 내부 관람까지 합산하면 총 약 2시간을 예상하는 편이 좋다.

현재 모노레일은 점검 중으로 운행 재개 일정이 미정인 상태라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미끄럼 방지가 가능한 운동화와 천장 낙수에 대비한 모자 또는 우비를 준비하면 탐방이 한결 편안해진다.

동굴 내부 풍경
동굴 내부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환선굴은 지질학적 시간과 생태적 다양성이 하나의 공간 안에 겹쳐 있는 드문 장소다. 지상의 계절이 어떻게 바뀌든 10~15℃를 유지하는 그 내부에서, 수억 년의 흔적은 여전히 제 형태를 지키고 있다.

여름의 열기를 피해 서늘한 땅속으로 들어서고 싶다면, 혹은 겨울 한가운데 따뜻한 지하 세계가 궁금하다면, 덕항산 자락의 이 동굴로 향해 5억 년이 쌓아 올린 풍경과 마주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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