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 중 유일한 국보인데 무료라고?”… 단 3개월만 설경 펼쳐지는 800년 된 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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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죽서루
관동8경 설경의 백미

삼척 죽서루
삼척 죽서루 / 사진=삼척시 공식 블로그

12월의 오십천은 차갑고 맑은 물소리를 내며 협곡을 휘감아 흐르고, 그 절벽 위로 하얀 눈이 고려시대 누각의 팔작지붕 위에 소복이 쌓인다.

강원도 동해안의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강을 배경으로 하는 이곳은, 겨울이 되면 800년 역사가 눈꽃과 만나 동화 속 세상처럼 변모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을 걸으면, 절벽 아래 오십천과 주변 산세가 온통 하얀 설경으로 펼쳐지며 고즈넉한 로맨틱함을 선사한다. 2023년 국보로 지정된 이 누각이 겨울에만 보여주는 설경의 매력과 방문 정보를 알아봤다.

삼척 죽서루

삼척 죽서루 설경
삼척 죽서루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죽서루길 37에 위치한 삼척 죽서루의 겨울 풍경은 하얀 눈이 팔작지붕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쌓이고, 자연 암반 위에 세워진 17개 기둥 사이로 눈발이 흩날리며 만들어지는 장면이 압권이다.

특히 12월부터 2월까지 동절기에는 오십천 주변 산세와 절벽이 모두 눈으로 뒤덮여 누각 전체가 수묵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정면 7칸 규모의 웅장한 건물이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서도 겨울만의 고요함을 더하기 때문이다.

죽서루 현판 / 사진=삼척시 공식 블로그

1403년 중창된 이후 수백 년을 견뎌온 누각의 단청과 하얀 눈의 대비는, 한국 전통 건축이 계절에 따라 얼마나 다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지 보여주는 셈이다.

게다가 조선시대 숙종과 정조가 직접 지은 어제시가 새겨진 현판 28개도 설경 속에서 더욱 깊은 역사의 무게감을 전하며, 율곡 이이를 비롯한 명사들이 이곳에서 시문을 짓던 풍류의 흔적이 겨울 분위기와 어우러져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는 편이다.

눈 덮인 오십천 절벽과 용문바위의 겨울 신비

죽서루에서 내려다 본 풍경
죽서루에서 내려다 본 풍경 / 사진=삼척시 공식 블로그

누각 아래 오십천 절벽은 겨울이 되면 바위와 물, 눈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특히 ‘용문(龍門)’이라 새겨진 용문바위는 눈이 쌓이면 신라 문무왕이 호국용이 되어 바위를 뚫고 지나갔다는 전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용문바위 위쪽의 선사시대 성혈 암각화도 겨울 설경 속에서 고대 신앙의 흔적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편이고, 오십천 협곡을 따라 이어진 산세가 온통 하얗게 변한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전한다.

오십천이라는 이름은 태백에서 발원해 50번 굽이 돌아 흐른다는 데서 유래했는데, 겨울철에는 이 구불구불한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석회암 카르스트 지대의 협곡과 절벽이 모두 하얀 눈으로 덮여 장관을 이룬다.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오십천의 겨울 모습은 구불구불한 물줄기와 하얀 설경이 조화를 이루며, 이 덕분에 방문객들은 “동화 속 세상으로 들어온 것만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겨울철 방문 시 주의사항과 최적 관람 시간

응벽헌 설경
응벽헌 설경 / 사진=삼척시 공식 블로그

죽서루는 동절기(11월~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지만, 적설 시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과 경로가 매우 미끄러워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오르는 것이 좋고, 경사로가 있어 접근성은 확보되어 있으나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더욱 조심해야 하는 편이다.

설경 감상을 위한 최적 시간은 눈이 그친 직후 오전 시간대로, 이때 누각의 팔작지붕과 주변 산세에 쌓인 하얀 눈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며, 오후에는 햇빛이 눈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문화 해설 서비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제공되며(전화 033-575-1050), 반려동물은 입장이 제한되니 참고하길 권한다. 주차장은 누각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편리하며, 전용 화장실도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적합하다.

12월부터 2월까지만 누리는 국보의 겨울

죽서루 삼척도호부 관아
죽서루 삼척도호부 관아 / 사진=삼척시 공식 블로그

삼척 죽서루는 2023년 12월 국보로 지정된 관동팔경 중 유일한 문화유산이며,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설경이 누각의 역사적 가치에 계절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800년 세월을 견뎌온 고려시대 건축과 하얀 눈이 만나는 순간은 1년 중 단 석 달, 동절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풍경인 셈이다.

뽀드득 눈 밟는 소리와 함께 누각에 올라 오십천 절벽 위에서 펼쳐지는 겨울 풍경을 마주하고 싶다면, 올 겨울이 가기 전 지금 삼척으로 향해 국보 누각이 선사하는 설경의 고요함을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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