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이사부길 (새천년해안도로)
파도와 나란히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

속도에 지쳐 잠시 멈춤이 필요할 때, 목적지 없는 여정이 그리울 때, 우리는 길을 떠난다. 만약 당신이 그런 여행을 꿈꾼다면, 강원도 삼척의 새천년해안도로가 그 완벽한 답이 되어줄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인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인 이곳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다.
1,500년 전 신라 장군의 함성이 서린 역사의 길이자, 지난 세기의 희망을 담아 올린 기원의 길이며, 동해의 가장 순수한 자연을 품은 오늘의 길이다. 운전대를 잡고 시속 50km 이하로 천천히 달리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시간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삼척 이사부길

이 길의 공식적인 또 다른 이름은 이사부길이다. 삼척시 정라동의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총 길이 약 4.6km에 이르는 이 구간은 신라 지증왕 13년(서기 512년),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지금의 울릉도)을 정벌하기 위해 출항했던 그 역사적 경로를 따라 조성되었다.
창문을 내리면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마치 동해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역사의 새 장을 열었던 신라 수군의 힘찬 함성처럼 느껴진다.

새천년해안도로는 바다와 운전자 사이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힌다. 손을 뻗으면 파도가 잡힐 듯, 도로 바로 옆으로 푸른 동해가 넘실댄다. 급한 경사나 급격한 곡선 구간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길 위에서는 누구나 긴장을 풀고 온전히 창밖 풍경에 집중할 수 있다.
도로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전망대는 이 길의 백미다. 잠시 차를 세우고 바다와 마주하는 시간, 기암괴석과 해송이 어우러진 해안 절경을 감상하는 그 찰나의 순간이야말로 이 길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새천년의 염원을 담은 랜드마크, 소망의 탑

이사부길의 여정은 ‘새천년해안유원지’에서 절정을 맞는다. 이곳에 우뚝 솟은 ‘소망의 탑’은 1999년의 끝자락에서 2000년이라는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며 온 국민의 희망을 담아 건립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지난 세기를 보내고 희망찬 미래를 기원했던 시대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 탑 앞에서 잠시 멈춰 저마다의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새천년해안도로 여행의 필수 코스다. 내비게이션에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새천년도로 61-18‘을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특히 이곳은 동해안 최고의 일출 명소로 손꼽힌다. 이른 새벽, 어둠이 걷히고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바다와 하늘, 그리고 도로까지 온 세상이 붉게 물드는 장관이 펼쳐진다.

소망의 탑과 함께 일출을 맞이하는 경험은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탑 주변으로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고요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4.6km의 공식적인 이사부길 드라이브가 끝났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 길은 삼척해수욕장을 지나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과 갈남항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소박한 어촌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해안 드라이브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동해의 푸른 풍경 속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속도를 내어 무언가를 얻는 데 익숙한 우리에게, 새천년해안도로는 천천히 달릴 때 비로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소망이 깃든 이 길 위에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당신만의 풍경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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