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힘들다던 부모님도 감탄했어요”… 완만한 3.5km 계곡 탐방로 따라 만나는 천년 사찰

지리산 자락의 맑은 물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수많은 재건의 역사를 품은 고요한 비구니 사찰과 푸른 계곡이 마음에 평온을 선물합니다.

경남 산청 대원사
경남 산청 대원사 / 사진=대원사

핵심 요약

  • 산청 대원사는 548년 창건 후 재건을 거쳐 석남사, 견성암과 함께 국내 3대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꼽힙니다.
  • 대원사 계곡 생태탐방로는 주차장에서 유평마을까지 편도 3.5km 코스로 왕복 약 3시간이 소요됩니다.
  • 연중무휴 무료 입장할 수 있으며 자차 이용 시 1일 5,000원의 주차 요금이 부과됩니다.

초여름 지리산 기슭에는 물소리가 먼저 닿는다. 발원지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산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바위를 훑으며 골짜기를 채우고, 금강소나무 숲 사이로 새소리가 엇갈린다.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지점에서 비로소 사찰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원사가 품고 있는 시간은 단순하지 않다. 548년 신라 진흥왕 때 연기스님이 평원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이래, 임진왜란으로 전소되어 1천여 년 가까이 폐사 상태를 이어가다 숙종 대에 다시 세워졌고, 20세기에는 화재와 전쟁으로 두 번이나 잿더미가 됐다. 그 폐허 위에서 법일스님이 30여 년의 세월을 쌓아 올렸다.

오늘날 대원사는 석남사·수덕사 견성암과 함께 국내 3대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자리하며, 산청9경 제2경으로 꼽히는 대원사 계곡과 함께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천여 년 폐사와 재건을 반복한 산청 대원사의 역사

대원사 모습
대원사 모습 / 사진=대원사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길 455에 자리한 대원사는 지리산 동쪽 기슭 깊은 곳에 안긴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해인사의 말사다.

548년 창건 후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이 터는 조선 숙종 11년(1685) 운권스님이 옛터에 절을 짓고 대원암으로 개창하면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으며, 선불간경도량을 열어 영남 지역의 강당 역할을 했다.

고종 27년(1890) 구봉스님이 조사영당·방장실·강당을 새로 지으며 이름을 대원사로 바꿨으나, 1914년 1월 12일 밤 화재로 다시 전소됐다. 이후 1917년 12동 184칸 규모로 중창됐지만 여순반란사건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또다시 폐허가 됐다.

법일스님이 30년 만에 완성한 비구니 참선도량

대원사 풍경
대원사 풍경 / 사진=대원사

1955년 비구니 법일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대원사의 오늘이 시작됐다. ‘지리산 호랑이’라 불린 법일스님은 1986년까지 약 30여 년에 걸쳐 대웅전·사리전·천광전·원통보전·봉상루·범종각·명부전 등을 차례로 중건하며 폐허를 수행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결과 대원사는 경남 양산의 석남사, 충남 예산의 수덕사 견성암과 더불어 국내 3대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성장했다.

현재 대원사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나를 위한 행복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참선과 휴식을 결합한 체험을 제공한다. 사찰 인근에는 옛 선비들이 수학했다는 거연정과 군자정도 남아 있다.

12km 골짜기를 따라 펼쳐지는 대원사 계곡의 절경

대원사 계곡
대원사 계곡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대원사 계곡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을 거쳐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산자락 곳곳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약 12km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이다. 원래 유평계곡으로 불렸으나 비구니 사찰의 깨끗한 이미지와 방문객 증가로 대원사 계곡이라는 이름이 자리를 잡았다.

울창한 수림과 하얀 반석이 어우러진 계곡 안에는 선녀탕·옥녀탕·용소·세심대·세신대 등 이름 붙은 명소가 점점이 이어지며, 특히 가을 단풍철에 주변 경관과 빛깔이 뒤섞이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대원사 계곡은 산청9경 중 제2경으로 지정되어 산청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경관으로 꼽힌다.

완만한 3.5km 생태탐방로와 방문 실용 정보

대원사 계곡 생태탐방로
대원사 계곡 생태탐방로 / 사진=산청 문화관광

대원사 계곡 생태탐방로는 2018년 처음 개통된 트레킹 코스로, 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까지 총 3.5km이며 왕복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목재데크와 자연 흙길로 조성되어 경사도가 완만하고, 전망대·쉼터·자연생태 해설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노약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대원사는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없고 트레킹 연계 시, 대원사계곡길 탐방지원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주차장 요금은 1일 5,000원이다.

자가용 접근 시 서울·대전 방면은 통영대전고속도로 산청IC를, 부산·창원 방면은 단성IC를 이용하면 된다. 계곡은 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되므로 취사·야영은 금지되며 계곡 가장자리의 미끄러운 구간에서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대원사 계곡 풍경
대원사 계곡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1500년 가까운 세월이 쌓인 사찰과 12km 계곡이 한자리에 있다는 사실은, 대원사가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층위를 가진다는 뜻이다. 파란만장한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 오늘의 고요가 자리 잡았고, 그 고요를 실어 나르는 물소리가 계곡 끝까지 이어진다.

여름 녹음이 한창 짙어지는 지금, 탐방로를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절 마당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여정을 권한다. 단풍이 물들기 전 조용한 대원사는 찾는 이가 비교적 적어, 넓은 공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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