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보호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라니”… 15km 삼나무로 펼쳐진 겨울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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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숲길
청정 자연이 선사하는 진정한 힐링

사려니숲길 설경
사려니숲길 설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태길

12월의 제주는 짙은 초록과 하얀 눈이 뒤섞이며 가장 풍성한 색감을 드러낸다. 그 한가운데, 울창한 삼나무가 하늘을 가린 채 고요한 숲길이 이어진다.

2002년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이곳은 78과 254종의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며,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제주의 대표 숲길이다.

‘신성한 숲’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을 걷다 보면 일상의 소음이 멈추고 자연의 숨소리만 남는 듯한 고요함이 찾아온다. 본래 1993년 표고버섯 재배를 위해 조성된 국유임도였던 이곳이 어떻게 제주를 대표하는 치유의 숲으로 거듭났는지, 그 매력을 살펴봤다.

사려니숲길

사려니숲길
사려니숲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사려니숲길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비자림로에서 시작해 서귀포시 남원읍 사려니오름까지 약 15km에 걸쳐 이어지는 청정 숲길이다.

평균 고도 550m에 조성된 이 길은 삼나무, 편백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터널을 이루며 특히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바위 틈 사이로 식생이 공존하는 ‘곶자왈’ 생태계를 품고 있어,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자연 유산을 경험할 수 있다.

이곳이 본격적인 탐방로로 거듭난 건 2009년 5월 17일,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일반인에게 개방하면서부터다. 이후 15년간 숲은 스스로 치유의 공간으로 진화했고, 지금은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자, 자연 치유를 원하는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사랑받는 명소가 됐다.

체력에 맞춰 선택하는 3가지 코스

사려니숲길 겨울
사려니숲길 겨울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블로그

사려니숲길은 방문객의 시간과 체력에 따라 다양한 탐방 방식을 제안한다. 가장 긴 코스는 사려니숲 주차장에서 출발해 조릿대숲길을 지나 비자림로변 입구로 진입한 뒤 물찻오름에서 돌아오는 경로로, 약 3시간에서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남조로변 입구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물찻오름까지 왕복하는 데 약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이 걸려, 가볍게 숲을 즐기려는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2시간 이내의 짧은 탐방을 원한다면 남조로변(붉은오름 남쪽) 주변에 주차한 후 일부 구간만 걷는 방법도 있다. 겨울의 눈 덮인 나무들은 방문객들에게 “한폭의 수묵화 같다”는 찬사를 받는다.

눈이 내린 숲이 들려주는 순간

사려니숲길 설경
사려니숲길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 아침 사려니숲길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품는다. 삼나무와 졸참나무의 가지 위로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이 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 울리는 소리가 숲 전체에 잔잔하게 번진다.

마치 눈 자체가 소리를 흡수하는 듯 고요함이 더 깊어지고, 흩날리는 숨결마저 투명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눈송이가 천천히 떨어져 내리며 길 위에 작은 파동을 만들고, 그 순간 숲은 시간의 흐름을 잠시 멈춘 것처럼 고요한 장면을 펼쳐 보인다.

겨울의 사려니숲길은 화려함 대신 담백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이 고요를 기억하기 위해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특별한 계절의 선물이다.

사려니숲길 삼나무
사려니숲길 삼나무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사려니숲길(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137-1 일대)은 09시부터 17시까지 운영되며, 입산 통제 시간은 하절기(4월~9월) 14시, 동절기(10월~3월) 12시로 적용된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이지만, 우천일과 비 온 후 2일간은 안전을 위해 통행이 금지되므로 방문 전 기상 정보를 확인하는 게 좋다.

주차는 두 곳에서 가능한데, 남조로변 붉은오름 입구 주차장은 도로변에 일렬로 조성되어 있어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며 안내센터와 화장실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 반면 봉개동 절물자연휴양림 주차장은 주차는 편하지만 입구까지 거리가 있는 편이다. 물찻오름은 자연휴식년제로 인해 사려니숲 에코힐링 행사기간 외에는 통제된다.

사려니숲길 겨울 풍경
사려니숲길 겨울 풍경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블로그

사려니숲길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생태계의 보고이자, 제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신성한 숲이다.

15km에 걸쳐 이어지는 삼나무 터널, 78과 254종의 야생동식물, 무료 개방과 접근성까지 갖춘 이곳은 자연이 선사하는 진정한 힐링 공간인 셈이다.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싶다면, 맑은 공기와 숲의 향기가 기다리는 지금 이곳으로 향해 하얀 터널 너머 펼쳐지는 신비로운 여정을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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