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69,000원 받고도 매진?”… 무려 30만 평에 펼쳐진 고요한 사색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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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유원,
사유가 머무는 가장 고요한 정원

사유원 가을
사유원 가을 / 사진=사유원 홈페이지

‘주말 성인 1인 69,000원.’ 웬만한 테마파크나 고급 레스토랑 코스 요리에 버금가는 가격표다. 그런데 이상하다. 웹사이트 예약창은 수시로 ‘매진’을 띄운다. 흔한 할인 혜택 하나 없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대구 팔공산 깊은 자락으로 향한다.

그곳에 대체 무엇이 있길래. 정답은 단순한 정원이나 수목원이 아닌, 세계적인 거장들이 빚어낸 대한민국 유일의 ‘사색 경험’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름부터 ‘생각하는 정원’인 사유원의 가치를 해부해 본다.

건축계 노벨상 수상자가 설계한 공간

사유원 항공
사유원 항공 / 사진=사유원 홈페이지

사유원의 본질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참여한 인물들의 이름에 있다. 대구광역시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76에 자리한 이 거대한 정원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알바로 시자를 필두로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과 최욱, 조경계의 대모 정영선, 서예가 웨이량 등 각 분야 최고 거장들의 철학과 안목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약 100만㎡(약 30만 평)에 달하는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들의 손길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구 사유원
대구 사유원 / 사진=대구관광 블로그

이곳의 백미는 단연 포르투갈의 건축 거장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소요헌’이다. 하얀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은 주변의 자연을 해치지 않고 스스로 풍경의 일부가 된다. 그는 창문의 위치와 크기 하나까지 세심하게 조절하여, 방문객이 건물 내부를 걷는 동안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깥의 나무와 하늘로 향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건축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건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만나고 사색을 시작하게 만드는 알바로 시자의 설계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요헌은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그 자체로 깊은 명상을 이끄는 하나의 거대한 도구인 셈이다.

완벽한 몰입을 위한 장치들

사유원
사유원 / 사진=사유원 홈페이지

사유원의 특별함은 입구에 도착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방문객은 내비게이션에 사유원의 주소가 아닌, 약 25분 떨어진 대구 동구 팔공로 433의 ‘사유원 공용주차장’ 주소를 입력해야 한다.

그곳에서 주차를 마친 뒤, 오직 전용 셔틀버스를 통해서만 사유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는 일상과의 물리적, 심리적 단절을 유도하는 첫 번째 장치다. 셔틀버스에 오르는 순간부터 방문객은 온전히 사유원이 설계한 경험의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장 마감 오후 3시) 운영되는 이 공간은 철저한 100% 사전 예약제로 관리된다. 하루에 정해진 인원만 입장시키기 때문에, 넓은 정원 어디를 거닐어도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고요함을 누릴 수 있다.

사유원 유원
사유원 유원 / 사진=사유원 홈페이지

입장료는 평일 기준 성인 50,000원, 주말 및 공휴일은 69,0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비용이지만, 이는 100만㎡ 규모의 자연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며, 소수의 인원만이 누리는 평온함을 보장받는 것에 대한 비용이다.

8,000년의 풍상을 견딘 모과나무 군락 ‘풍설기천년’과 고요한 수면 위로 명정을 즐기는 ‘와사’ 등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이 가격이 단순한 입장료가 아니라 완벽한 사유의 시간을 구매하는 티켓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를 마주하고 싶을 때, 혹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예술적 영감이 필요할 때, 사유원은 그 해답을 제시한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깊은 ‘사유’의 경험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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