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40m 산정에서 금강 하류까지, 부여 10경 조망 명소의 가치

해질 무렵 성흥산 정상부로 오르는 산길은 고요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며, 능선 너머로 금강 하류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1,500년 전 백제인들이 쌓은 성벽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정상 남문지 인근에서 한 그루 느티나무와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이 나무는 401년 세월을 견디며 독특한 형태로 자랐다. 천연기념물 제564호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는 보는 각도에 따라 하트 모양으로 보이는 가지 하나 때문에 ‘사랑나무’라는 애칭을 얻었으며, 2021년 공식 인정 이후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높이 22m, 둘레 5.4m의 거목이 품은 시간

충남 부여군 임천면 성흥로97번길 167에 위치한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는 해발 약 240m 성흥산 정상부 남문지 인근에 자리한다.
높이 22m, 가슴높이 둘레 5.4m에 이르는 이 느티나무는 수관 폭이 동서 20.2m, 남북 23.5m로 펼쳐지며 장대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뿌리 일부가 지표면 위로 노출된 판근 구조는 강풍이 잦은 산정 환경에 적응한 생물학적 표본으로 평가받는 편이다.
나무의 한쪽 가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반쪽 하트 모양으로 보이며, 이 독특한 형태가 ‘사랑나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됐다. 1912년 일제가 발간한 조선고적도보에도 기록된 이 나무는 100년 이상 명소로 알려져 왔으며, 2021년 8월 9일 천연기념물 제564호로 지정되면서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공식 인정받았다.
백제 동성왕 시대 축조된 가림성과 함께한 역사

사랑나무가 자리한 가림성은 501년(동성왕 23년) 위사좌평 백가가 축조한 백제 산성이다. 삼국사기에 축조 시기와 주체가 명확히 기록된 유일한 백제 산성으로, 사비도성(부여)의 남쪽 방어를 담당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성벽 둘레는 1,500m에 이르며, 높이 3~4m의 토석혼축 성벽이 산세를 따라 이어진다.
성 내부에는 우물 3개와 건물터가 남아 있으며, 백제 멸망 후에는 백제 부흥 운동의 거점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현재 사적 제4호로 지정된 가림성은 백제 역사의 증인이자, 1,500년 세월 동안 이 땅을 지켜온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정상부에서는 논산, 강경, 익산, 서천 일대가 조망되며, 맑은 날에는 금강 하류까지 시야가 닿는 편이다.
드라마 촬영지로 대중적 인지도 확보

사랑나무와 가림성은 2005년부터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활용됐다. 2005~2006년 방영된 SBS 드라마 ‘서동요’를 시작으로, 2008년 KBS ‘대왕세종’의 마지막 장면, 2019년 tvN ‘호텔델루나’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부여군은 2018년 성흥산 ‘사랑나무 드라마길’을 조성하며 문화콘텐츠 가치를 강화했으며, 2012년에는 부여 10경으로 지정해 지역 관광정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지정 이후 SNS를 통해 인생샷 명소로 확산되면서 젊은 층 방문객도 증가 추세다. 특히 겨울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나 해질녘 석양이 나무와 조화를 이루는 순간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무료 입장에 24시간 개방, 접근성도 양호

가림성과 사랑나무는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부여행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약 2시간 소요되며, 요금은 우등 18,900원이다.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왕로타리까지 이동 후 지역버스 300번을 타고 임천면에서 하차하면 부여가림성공용주차장까지 도달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사랑나무까지는 산길로 도보 10~20분이 소요되며, 개인 체력과 짐 무게에 따라 시간 차이가 있다. 급경사 구간이 포함되어 있어 미끄럼 방지 등산화 착용을 권장하며, 야간 방문 시 조명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부여 성흥산 사랑나무는 401년 세월과 백제 역사가 겹쳐진 공간이다. 천연기념물로서의 자연적 가치와 가림성의 역사적 의미는 방문객에게 단순한 풍경 이상의 경험으로 남는 셈이다.
겨울 새벽 물안개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목격하고 싶다면, 이른 시간 성흥산으로 향해 백제인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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