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매화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절경”… 입장료 없이 즐기는 400년 서원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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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 회연서원, 한강 정구의 학문 혼이 깃든 봄 명소

성주 회연서원
성주 회연서원 / 사진=성주문화관광

이른 봄, 경북 내륙의 찬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흰 꽃망울이 먼저 터진다. 대가천 물소리가 잔잔히 흐르는 산자락에 백매화가 수줍게 피어오르면, 돌담 안 고요한 마당에도 봄이 스며든다. 이 풍경 앞에 서면 시간이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회연서원은 조선 중기 유학자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의 학문 정신이 스민 곳이다.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두 스승 아래 수학하며 영남 좌도·우도의 학풍을 아우른 그는 성주학파를 이루었고, 그 정신은 지금도 이 서원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액(賜額) 서원의 위엄과 백매화의 서정이 겹치는 이곳은 봄이 가장 어울리는 역사 공간이다. 오랜 건물과 꽃이 어우러지는 절경은 사진 한 장으로 계절을 담기에 충분하다.

회연서원의 창건 역사와 대가천 입지

성주 회연서원 전경
성주 회연서원 전경 / 사진=경북나드리 유튜브

회연서원(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동강한강로 9)은 대가천(大加川) 가에 자리한 조선 중기 사액 서원이다.

선조 16년(1583년) 한강 정구가 이 자리에 회연초당을 직접 지으며 학문 공간의 첫 씨앗을 뿌렸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7년 후인 인조 5년(1627년) 제자들이 뜻을 모아 서원으로 발전시켰다.

숙종 16년(1690년)에는 왕실로부터 사액을 받아 권위를 더했다. 대가천은 정구가 일대 아홉 절경을 직접 이름 붙인 무흘구곡(武屹九曲)이 펼쳐지는 하천이기도 해, 서원의 입지 자체가 그의 자연 철학과 닿아 있다.

견도루와 매화가 만드는 서원 풍경

성주 회연서원 견도루
성주 회연서원 견도루 / 사진=경북나드리 유튜브

서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견도루(見道樓)가 방문객을 맞는다. 누각에 올라서면 서원 전경과 마당 안 백매화가 한눈에 들어오며, 봄철에는 이곳이 단연 최고의 포토스팟이 된다.

마당 안에는 강당·사당·지경재(持敬齋)·명의재(明義齋)·양현청(養賢廳)으로 구성된 건물들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흰 꽃이 돌담과 기와 지붕 사이에서 피어나는 장면은 어느 봄날 그림보다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편이다. 서원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30분으로 짧지 않은 여운을 준다.

훼철과 복원, 유산으로 이어진 400년

성주 회연서원 산책로
성주 회연서원 산책로 / 사진=경북나드리 유튜브

고종 5년(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회연서원도 훼철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전국 1,000여 개 서원 가운데 단 47개소만 남겨진 격변 속에서 이곳 역시 문을 닫았으나, 이후 근현대에 이르러 되살아났다.

1975년 사당이 복원되었고 1976년 동·서재가 새로 지어지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1974년 12월 10일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공식적인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인근에는 성밖숲(천연기념물 제403호)과 성주 세종대왕자태실(사적)이 있어 봄나들이 코스로 함께 묶기에 좋다.

무료 입장에 연중 상시개방

성주 회연서원 내부 모습
성주 회연서원 내부 모습 / 사진=경북나드리 유튜브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 상시개방으로 시간 제약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주차는 문화해설사의 집 앞 소규모 공간 외에 수륜 파크골프장 인근 넓은 주차장도 이용 가능하다.

방문 전 정확한 운영 현황은 성주군청(054-930-6781)으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경북 내륙 기준 백매화 개화 절정은 대체로 2월 하순에서 3월 중순 사이로, 기온과 해발에 따라 해마다 시기가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개화 상황을 미리 살펴볼 것을 권한다.

성주 회연서원 매화
성주 회연서원 매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연서원은 긴 세월의 굴곡을 지나 봄마다 조용히 꽃을 피우는 공간이다. 400년 전 학자의 손길이 닿았던 자리에 매화가 흐드러지는 광경은, 역사와 자연이 빚어낸 드문 조화로 남는다.

소란 없이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대가천 물소리를 따라 이곳으로 발길을 옮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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