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땅에서 문화 힐링 명소로”… 3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산책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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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물빛정원
하수처리장에서 문화 랜드마크로

성남 물빛정원
성남 물빛정원 / 사진=성남 공식블로그 이재형

경기도 성남시의 탄천과 동막천, 두 물줄기가 몸을 섞는 물길의 합류점. 이곳에 지난 30년간 누구의 발길도 허락하지 않았던 잊혀진 땅이 있었다.

악취와 소음으로 기억되던 옛 구미동 하수처리장. 도시의 그림자 같던 이 공간이 2025년, 성남시 역사상 가장 눈부신 모습으로 시민의 품에 돌아왔다. 바로 자연과 예술, 빛이 공명하는 복합문화공간, 성남 물빛정원이다.

성남 물빛정원

성남 물빛정원 항공
성남 물빛정원 / 사진=성남구

이름부터 특별하다. 성남 물빛정원은 시민 공모를 통해 탄생한 이름으로, ‘맑은 물이 흐르고 빛처럼 밝아지며, 시민이 함께 걷고 쉬고 감동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아름다운 염원이 담겨 있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던 과거의 숙명을 넘어,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은 것이다.

물빛정원
성남 물빛정원 / 사진=성남구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도시의 흉터를 녹여 예술로 승화시킨 도시재생의 살아있는 교과서다. 서울에 옛 정수장을 탈바꿈시킨 선유도공원이 있다면, 성남에는 하수처리장을 재탄생시킨 물빛정원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선유도공원이 물과 식물을 중심으로 한 정적인 ‘사색의 공간’이라면, 성남 물빛정원은 소리와 빛을 품은 동적인 ‘문화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가진다.

‘농축조’에서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

성남 물빛정원 산책
성남 물빛정원 / 사진=성남 공식블로그 이재형

이 거대한 변신의 심장부에는 단연 ‘뮤직홀’이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공연장이 하수처리 과정에서 가장 냄새가 심한 슬러지를 처리하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농축조’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점이다.

두꺼운 원형 콘크리트 벽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울림과 공간감은 전문 공연장과는 완전히 다른,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과거 도시의 모든 오물을 받아내던 깊고 어두운 공간이 이제는 실내악의 아름다운 선율로 채워진다니, 이보다 더 극적인 변신이 또 있을까. 이곳에서 열릴 작은 음악회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상처 입은 공간이 스스로를 치유하며 부르는 감격의 노래처럼 들릴 것이다.

지금 우리 곁으로, 첫걸음을 떼다

성남 물빛정원 두물길
성남 물빛정원 두물길 / 사진=성남 공식블로그 이재형

성남 물빛정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195 일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난 2025년 6월부터 산책로를 우선 개방하며 시민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아직 뮤직홀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문을 연 것은 아니지만, 탄천과 동막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새로 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3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야외 산책로는 연중무휴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뮤직홀 등 실내 시설은 향후 공연 일정에 따라 운영 시간이 정해지며, 통상적인 공공 문화시설처럼 월요일에 휴관할 가능성이 높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주차 공간 등 편의시설 정보 역시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므로, 당분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현명하다.

이제 막 첫 숨을 내쉰 성남 물빛정원. 이곳은 잊혔던 공간의 부활을 넘어, 우리 도시가 어떻게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미래의 자산으로 만들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다. 이번 주말, 역사적인 변화의 첫 페이지가 쓰이는 현장으로 직접 걸음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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