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10시간 이상 걸려도 또 찾는다”… 해발 1,244m에 자리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사찰

입력

설악산 최고 성지, 봉정암
왕복 10시간 이상, 천상의 순례길

가을 봉정암
가을 봉정암 / 사진=인제군청공식블로

설악산 국립공원의 수많은 봉우리 중에서도 구름과 맞닿은 듯한 고도 1,244m 지점에 특별한 공간이 자리합니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봉정암(鳳頂庵)이 그곳입니다. 이곳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자료에 따르면, 당일 완주를 목표로 할 경우 최소 10시간에서 13시간이 소요되는 험난한 여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행길에 오르는 발길이 사계절 내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압도적인 풍경과 종교적 의미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접근 비용과 코스의 난이도를 알아보겠습니다.

설악산 봉정암

가을 봉정암석가사리탑
가을 봉정암석가사리탑 / 사진=인제군청공식블로

봉정암으로 향하는 길은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산1-1 일대의 백담사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백담사까지 가는 길부터 첫 번째 관문입니다.

자가용 이용시, 용대리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합니다. 2025년 현재 이 주차장의 요금은 승용차 기준 1일 최대 8,000원입니다. (최초 3시간 3,000원) 봉정암까지 왕복 10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사실상 1일 최대 요금인 8,0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봉정암 전경
봉정암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차장에서 백담사 입구까지는 약 7km. 이 구간은 유료 셔틀버스를 타야만 합니다. 2025년 기준 셔틀버스 요금은 성인 왕복 5,000원(편도 2,500원)입니다.

즉, 봉정암 등반을 시작하기도 전에 1인당 주차비 8,000원(차량 1대 기준)과 셔틀비 5,000원을 합쳐 최소 13,000원의 실질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는 설악산의 다른 입구(신흥사, 입장료 3,500원)와는 완전히 다른 비용 구조입니다.

설악산 봉정암
설악산 봉정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용보다 더 엄격한 장벽은 ‘시간’입니다. 봉정암까지의 코스(편도 10.6km)는 왕복 1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고난도 장거리 구간입니다.

국립공원공단은 안전을 위해 11월 3일(현재 동절기) 기준, 백담사 탐방지원센터의 입산 가능 시간을 오전 4시부터 낮 12시까지로 제한합니다.

오전 11시 59분에 입산을 시작한다 해도 10시간 뒤인 밤 10시에나 하산이 가능합니다. 이는 사실상 ‘당일치기 절대 불가’를 의미하며, 방문객은 이른 새벽에 출발하거나 봉정암 템플스테이 숙박(문의: 033-632-5933)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설악산 봉정암 대웅전
설악산 봉정암 대웅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모든 장벽을 통과하면 비로소 천상의 순례길이 열립니다. 봉정암은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진신사리를 가져와 봉안하며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백담사를 출발해 영시암을 지나고 구곡담 계곡을 따르는 길은 힘들지만, 오를수록 속세의 번뇌가 사라지는 수행의 과정입니다.

봉정암 대웅전
봉정암 대웅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길의 끝, 구름과 맞닿은 5층 석탑(부처의 뇌)과 적멸보궁 앞에 서면 10시간의 고행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경건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봉정암은 가벼운 여행지가 아닙니다. 10시간 이상의 체력, 그리고 12시 입산 마감이라는 엄격한 규율을 모두 감수할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성지’입니다.

전체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