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천불동계곡
13km 걷는 내내 만나는 단풍 절경

지리산 칠선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계곡으로 꼽히는 설악산의 심장부, 설악산 천불동계곡이 바야흐로 가을의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은 계곡 양쪽으로 솟은 기암절벽이 마치 천 개의 불상이 도열한 듯한 압도적인 풍광으로, 2013년 ‘설악산 비선대와 천불동 계곡 일원’이라는 이름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1호로 지정된 걸작이다.
과거 탐방로 입구의 사찰에서 징수하던 문화재 관람료 때문에 통행세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2023년 5월 4일부로 이 관람료가 전면 폐지되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이 압도적인 비경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설악산 천불동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 트레킹의 공식적인 시작점은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설악산로 1091에 위치한 설악산 소공원이다. 현재 입장료는 완전히 무료다.
다만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소공원 주차장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2025년 11월 기준 주차 요금은 당일 승용차 기준 6,000원이며, 이것이 천불동계곡을 탐방하는 데 드는 유일한 필수 비용이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주말에는 새벽 6시 이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속초 시내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7번, 7-1번)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누구나 즐기는 3km 무료 산책로

소공원에서 첫 번째 목표 지점인 설악산 비선대까지 이어지는 약 3km 구간은 천불동계곡 코스 중 가장 쉽고 대중적인 산책로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 이어져 등산 경험이 없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도 1시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이 ‘무료’ 산책로만으로도 설악산 국립공원의 기암괴석과 붉은 단풍,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진 정수를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와선대에서 노닐던 마고선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깃든 너른 암반, 비선대에 서면 미륵봉(장군봉), 형제봉 등이 병풍처럼 둘러싼 장엄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가벼운 나들이객 대부분은 이곳 비선대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하산한다.
12시 정오에 닫히는 비경의 문

진정한 천불동계곡의 속살은 비선대 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이곳은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아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입산시간지정제’를 엄격하게 운영한다. 가을 단풍철이 포함된 동절기(11월~3월)에는 정오 12시 이전에 반드시 비선대 통제소를 통과해야만 그 안쪽 구간으로 진입이 허용된다.
오후 12시 1분이라도 늦는다면, 입장료가 무료라 해도 눈앞의 절경을 두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하절기인 4~10월 기준 마감은 오후 2시다.
숙련자를 위한 13km 중급 코스

12시 이전에 비선대 통제소를 통과했다면, 등산로의 난이도는 쉬움에서 어려움으로 급변한다. 비선대에서 양폭대피소까지는 약 3.5km 거리지만, 가파른 철계단과 바위 너덜길이 반복되어 편도 2시간 30분 이상 소요된다.
약 1.5km를 오르면 계곡의 수문장처럼 버티고 선 귀면암을 만나고, 이후 다섯 개의 폭포가 연이어 나타나는 ‘오련폭포’를 지나면 양폭대피소에 닿는다.

소공원에서 양폭대피소를 지나 천당폭포까지 왕복하는 코스는 총거리 약 13km에 달하며, 휴식 시간을 포함해 최소 6시간에서 7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자신의 체력과 일몰 시간을 고려한 철저한 계획이 필수적이다.
입장료가 전면 무료화되면서 설악산 천불동계곡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그 비경은 여전히 부지런한 이에게만 허락된다. 유일한 비용인 주차비 6,000원을 준비하고, ’12시 정오’라는 마감 시간을 반드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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