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흘림골 단풍 트레킹
하루 5천 명만 걷는 명품길

전국이 가을 단풍의 절정을 맞았지만, 갑작스러운 한파가 그 화려한 시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올가을 첫 한파특보가 내렸고, 설악산의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며 막 절정에 달했던 잎들이 평년보다 빨리 지고 있습니다. “긴 가을장마 뒤 갑자기 찾아온 겨울 날씨에, 설악산 단풍을 즐길 시기가 짧아졌다”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짧아진 가을의 끝자락에서 가장 압도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설악산 국립공원의 대표 가을 코스, 흘림골입니다.
기암괴석과 붉고 노란 단풍이 빚어내는 파노라마는 초보자부터 중급자까지 모두가 꿈꾸는 등산지입니다. 하지만 이 비경은 아무에게나, 아무 때나 허락되지 않습니다.
설악산 흘림골

흘림골 탐방로는 10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 전국에서 산악객이 몰리는 최고 인기 구간입니다. 폭발적인 수요로 인한 자연 훼손과 탐방객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국립공원공단은 엄격한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국립공원공단 예약 시스템’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해야 하며, 하루 탐방 인원은 5,000명으로 제한됩니다. 가을철 성수기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이 조기 마감될 수 있으므로, 방문 계획이 있다면 지금 바로 예약 현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시간제한도 중요합니다. 흘림골 탐방지원센터의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2시(14:00)입니다. 늦어도 1시 전에는 입장을 완료해야 안전하게 하산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여심폭포에서 등선대까지 오르막 구간

이 코스는 흘림골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주전골 오색약수터 탐방지원센터로 나오는 약 6.25km의 여정입니다. 가장 중요한 규정은 ‘일방통행’이라는 점입니다.
흘림골에서 오색약수터 방향으로만 진행할 수 있으며,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해 용소폭포 삼거리 등에서 역주행하거나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공기와 울긋불긋한 단풍, 계곡물 소리가 어우러져 설악 특유의 청명함이 온몸을 감쌉니다. 코스 초반은 다소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울창한 숲길이 자연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명소는 ‘여심폭포’입니다. 가녀린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은은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성수기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정체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은 포토 스팟입니다.

여심폭포를 지나면 약 1.2km의 데크계단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이 코스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깔딱고개’ 구간이지만, 중간중간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어 체력을 안배하며 오를 수 있습니다.
고생 끝에 도착하는 등선대는 이름처럼 ‘신선이 오르던 자리’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조망을 자랑합니다.

맑은 날에는 칠형제봉 능선부터 설악의 주봉인 대청봉, 점봉산, 그리고 발아래 주전골 너머 동해바다까지 한눈에 펼쳐집니다. 흐린 날이나 운해가 낀 날에는 발아래로 구름이 깔리는 환상적인 장면을 만나기도 합니다.
단, 등선대 구간은 바위 지대가 많아 미끄러짐이나 추락 사고 위험이 높은 곳입니다. 감탄이 나오는 풍경에 취해 인증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난간을 벗어나거나 위험한 행동을 삼가야 합니다.
용소폭포를 거쳐 주전골로 하산

등선대의 절경을 뒤로하고 내려오면 오색 방향 하산로가 이어집니다. 설악산 특유의 바위 지형 탓에 낙석 위험이 있어 안전 시설이 보강되었지만, 여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파른 계단과 출렁다리를 지나면 코스의 마지막 명소인 용소폭포를 만납니다. 약 10m 높이의 폭포 아래 7m 깊이의 ‘소(沼)’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예로부터 이무기 두 마리가 승천을 준비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입니다. 이 폭포는 주전골 탐방지원센터에서 약 1시간 20분 거리라, 남녀노소 누구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흘림골 코스는 초·중급자에게 추천되며, 등선대 구간만 잠시 힘을 내면 설악산 가을의 정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주차는 도착 지점인 ‘오색약수터 공영 타워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며, 1일 최대 요금은 10,000원입니다.
국립공원은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입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특별보호구역이 많아 정규 탐방로 외 출입 시 최대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계곡 내 취사나 물놀이는 금지되며,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야 합니다. 한파로 짧아진 올가을, 예약에 성공한 5,000명만이 누릴 수 있는 설악의 비경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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