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다 무료예요”… 122종 희귀식물 품은 자연 속 힐링 명소

속초에 숨겨진 설악산 축소판 식물원

웅장한 울산바위를 병풍처럼 두른 설악산 국립공원의 명성은 때로 그 주변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리곤 한다. 수많은 인파가 정상과 계곡으로 향할 때, 설악산의 또 다른 정수를 오롯이 품은 채 조용히 방문객을 맞이하는 곳이 있다.

설악산의 생태계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이곳은 과연 거대한 산의 명성에 가려진 숨은 보석이라 불릴 자격이 있을까.

설악산 자생식물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이름 그대로 ‘자연의 보고’ 설악산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부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까지, 총 122종 5만여 본의 식물이 자연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뿌리내리고 있는 살아있는 생태 박물관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적인 조경을 최소화하고 기존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여, 마치 실제 설악산의 한 부분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암석 틈에 피어난 희귀식물을 관찰하는 암석원,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생태 연못 등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설악산의 식생을 학습하게 된다.

이는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육의 장으로, 어른들에게는 복잡한 도심을 벗어난 치유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더 깊이 있는 탐방을 원한다면 숲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식물 하나하나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자생식물원의 매력은 야생화와 희귀식물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문을 연 온실원은 이곳의 새로운 자랑거리다. 추운 강원도의 날씨와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선사하는 온실 내부에는 다양한 선인장과 열대성 식물이 가득해, 설악산의 야생미와는 또 다른 이국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숲길의 청량함을 만끽할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사색하며 걷기에 좋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미로원은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출구를 찾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처럼 설악산 자생식물원은 자연 학습과 더불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마 공간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방문의 만족도를 높인다.

이 모든 경험을 누리는 데 필요한 비용은 없다. 설악산 자생식물원은 주차와 입장이 모두 무료로 운영되어, 여름 휴가철 높은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가족 여행객들에게 특히 현명한 선택지가 된다.

무료입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가꿔진 식물과 깨끗한 산책로는 이곳이 단순한 공공시설을 넘어, 지역 주민과 여행객 모두를 위해 정성껏 관리되는 공간임을 증명한다.

설악산 자생식물원은 거대한 설악산 국립공원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쉼표와도 같은 곳이다. 화려한 주봉이나 계곡의 물살 대신, 발아래 작은 들꽃과 희귀식물의 생명력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설악산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한다.

단순히 식물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자연이 주는 위로와 휴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이곳은 소란스러운 관광지를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속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비용 부담 없이 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이 비밀의 화원을 방문 일정에 추가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