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보다 훨씬 예뻐요”… 절경에 모두가 감탄한 320m 국내 최장 길이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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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 폭포의 위엄

토왕성폭포 전경
토왕성폭포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설악산의 심장부, 거의 반세기 동안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비밀의 장소가 있다. 1970년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안전상의 이유로 굳게 닫혔던 길.

그 끝에는 마치 하늘에서 흰 비단을 수직으로 풀어 내린 듯한, 전설과도 같은 폭포가 숨 쉬고 있었다. 2015년 12월, 마침내 빗장이 풀리면서 비로소 세상에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토왕성폭포 이야기다.

설악산 토왕성폭포
설악산 토왕성폭포 / 사진=ⓒ한국관광공사 임흥빈

토왕성폭포는 높이로 그 존재를 증명한다.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로 이어지는 3단 연폭(連瀑)의 총 길이는 320m에 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폭포로 기록된다.

그 규모가 어찌나 거대한지, 전망대는 실제 폭포와 1km 이상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물줄기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화채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토왕골의 험준한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며, 길목에서 만나는 비룡폭포와 육담폭포를 지나 쌍천으로 합류한다.

토왕성폭포
토왕성폭포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오행설에 기반해 ‘흙의 기운이 왕성해야 기암괴석이 생긴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설악산의 정기를 응축한 상징적인 존재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국립공원 100경, 2013년에는 명승 제96호로 지정되어 국가가 보호하는 자연유산이 되었다.

토왕성폭포를 향한 여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탐사다. 과거, 폭포 주변은 잦은 낙석과 겨울철 낙빙으로 인해 전문가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 구역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설악산국립공원 측은 2015년, 기존 비룡폭포 탐방로에서 약 400m 구간을 연장하여 마침내 전망대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토왕성폭포 계단
토왕성폭포 계단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설악동 소공원에서 출발해 비룡폭포를 지나 전망대에 이르는 이 길은 왕복 약 5.4km, 2시간 40분가량이 소요되는 코스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 가벼운 산행으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지만, 후반부 900개의 가파른 계단은 숨겨진 비경을 만나기 위한 마지막 관문처럼 다가온다. 이 길은 단순한 설악산 등산코스를 넘어, 반세기 동안 닫혔던 자연의 비밀을 찾아가는 순례길과도 같다.

토왕성폭포 모습
토왕성폭포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토왕성폭포의 진정한 매력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여름, 특히 장마가 지나간 뒤에는 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온 산을 뒤흔들 듯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을 쏟아낸다.

멀리서 보면 선녀가 바위에 흰 비단을 널어놓은 듯 아름답다고 표현되지만, 그 힘은 설악의 험준한 산세와 어우러져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겨울이 오면 이 거대한 물줄기는 그대로 얼어붙어 높이 320m의 거대한 빙벽으로 변모한다.

속초시 설악산 토왕성폭포
속초시 설악산 토왕성폭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최대 규모의 빙폭으로 변신한 폭포는 산악인들의 담력을 시험하는 훈련장으로 명성을 떨치며, 속초 가볼만한곳 목록에서 계절을 가리지 않는 특별한 목적지가 된다.

반세기에 가까운 기다림 끝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토왕성폭포는 단순한 지리적 명소를 넘어선다. 대한민국 최장이라는 기록적인 수치와 국가지정문화재라는 위상, 그리고 45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역사적 배경은 이곳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든다.

한때 금단의 땅이었던 곳을 걸어 마주하는 320m 물줄기 앞에서, 방문객들은 자연의 웅장함뿐만 아니라 인내하고 기다려온 시간의 무게까지 함께 느끼게 된다. 토왕성폭포는 설악산의 웅장함과 세월의 신비를 동시에 품은, 살아있는 자연의 기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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