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산이 이렇게 변했다고?”… 5만 평 은빛 억새 물결에 가을 즐기는 무료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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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억새 바다

서울억새축제
서울억새축제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가을의 서울에서 단 하나의 풍경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은빛으로 물결치는 하늘공원의 억새 바다’를 택하겠다. 축구장 27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약 19만㎡의 대지가 온통 은빛 참억새로 뒤덮인 모습은 단순한 경치를 넘어 거대한 대지 예술처럼 다가온다.

수많은 이들이 ‘인생 사진’을 위해 이곳을 찾지만,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바람과 빛이 연주하는 억새의 교향곡에 귀 기울여보자.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당신의 가을은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완성될 것이다.

하늘공원

“축제도 즐기는 억새 명소”

하늘공원 억새
하늘공원 억새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하늘공원의 진짜 매력은 눈이 아닌 귀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95에 자리한 공원 정상, 억새밭 사이로 난 좁은 흙길을 걷다 보면 ‘사사삭, 서걱’ 하는 소리가 귓가를 감싼다.

수십만 줄기의 억새가 바람에 몸을 비비며 만들어내는 이 소리는,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ASMR처럼 복잡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억새의 움직임과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는 한 방문객의 후기처럼, 이곳은 완벽한 감각적 몰입의 공간이다.

억새 사이를 거닐 땐 손끝으로 줄기를 가만히 스쳐보는 것도 좋다. 가을볕에 잘 익어 살짝 바스러지는 듯한 억새의 감촉은 계절의 깊이를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 시각과 청각, 촉각이 동시에 깨어나는 이 순간, 당신은 비로소 억새와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억새는 하루에 세 번 다시 태어난다

하늘공원 억새 모습
하늘공원 억새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늘공원의 억새는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한 조경가가 말했듯, “억새는 스스로 빛나지 않지만, 빛을 가장 극적으로 반사하고 투과시키는 식물”이기에 억새를 제대로 즐기려면 빛의 마법을 이해해야 한다.

해가 머리 위에 있는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는 억새가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 순백의 은빛 물결로 빛난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억새밭은 이 시간대에 가장 광활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사진으로 담기에 최적의 순간이다.

이어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석양이 드리워지면 억새는 은빛에서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때의 ‘골든 아워’는 실루엣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며, 하늘공원 방문의 절정을 선사한다.

또한 서울억새축제 기간에는 특별히 야간 개장이 허락된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 형형색색의 조명이 억새밭을 비추면 낮과는 전혀 다른 신비롭고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색색으로 빛나는 억새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하늘을 담는 억새 너머의 풍경

서울 하늘공원
서울 하늘공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억새에만 시선을 빼앗기면 하늘공원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억새밭 곳곳에 자리한 전망대와 조형물은 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특히 원형 전망대인 ‘하늘을 담는 그릇’은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

그릇 모양의 구조물 안에 서면, 북한산부터 남산타워, 유유히 흐르는 한강까지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가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은빛 억새밭을 전경으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누구든 작품을 남길 수 있다.

공원에 오르는 과정 역시 즐거움의 일부다. 291개의 하늘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감상하거나, 귀여운 ‘맹꽁이 전기차'(성인 편도 2,000원)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편안하게 정상에 닿는 방법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하늘공원 억새 풍경
하늘공원 억새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토록 아름다운 억새가 과거 서울의 쓰레기가 쌓여 만들어진 98m 높이의 산, 난지도 위에 피어났다는 사실은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척박했던 땅이 스스로를 정화하고 피워낸 은빛 군락은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을 보여주는 희망의 상징과도 같다.

서울억새축제는 보통 10월 중순에 일주일간 열리며, 이 기간에는 주차장이 매우 혼잡하니 대중교통 이용을 강력히 추천한다.

억새의 절정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번 주말, 바람과 빛이 빚어낸 은빛 바다가 펼쳐지는 하늘공원으로 떠나보자. 그곳에서 당신의 가을은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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