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정원박람회,
에어컨 없이 가장 시원한 축제의 현장

올여름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가 역설적으로 가장 시원한 곳으로 떠올랐다. 개장 단 72일 만에 누적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하며 지난해보다 28일이나 빠른 신기록을 세운 축제의 현장.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인파가 아닌, 피부로 느껴지는 쾌적함과 그 속에 숨겨진 과학에 있다.
단순한 공원을 넘어 거대한 ‘녹색 냉방기’로 기능하는 이곳의 비밀을 파헤쳐 보면, 왜 수많은 발길이 이곳으로 향하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에어컨 5대 효과… 자연이 만든 냉방 시스템”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보라매공원은 서울특별시 동작구 여의대방로20길 39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여름철 무더위를 피할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이유는 단지 분수와 그늘 때문만이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나무가 빽빽한 도시숲은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도 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다.
보라매공원은 전체 면적의 60%가 숲으로 뒤덮여 있고, 약 35만 그루의 나무가 식재된 거대한 녹지다. 특히 공원의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하루 동안 흡수하는 대기열량은 에어컨 5대를 8시간 동안 가동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공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친환경 냉방 시스템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이러한 자연의 냉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울시는 박람회 기간 중 폭염대책기간인 9월 30일까지 매일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공원을 ‘야간 무더위쉼터’로 운영한다.
정문폭포와 벽천폭포, 옥만호 음악분수는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실개천과 ‘물이 있는 정원’ 등 곳곳에서는 쿨링포그(안개형 냉방 장치)가 가동되어 열기를 식힌다. 실내 공간인 정원문화센터 역시 밤 9시까지 문을 열어 쾌적한 휴식을 보장한다.
공군사관학교의 비상, 111개 정원으로 다시 태어나다

지금은 시민들의 푸른 쉼터가 된 보라매공원 부지는 본래 1985년까지 대한민국 공군사관학교가 자리했던 역사적인 공간이다.
‘보라매’라는 이름 자체가 공군을 상징하는 용맹한 새에서 유래했을 만큼, 이곳은 창공을 향한 젊은이들의 꿈과 훈련의 땀이 서려 있던 곳이다. 1986년 공원으로 개원한 이후, 이곳은 과거의 군사적 상징성을 벗고 시민들을 위한 생태 및 문화 공간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이러한 역사적 토대 위에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펼쳐지면서 공간의 가치는 한층 더 깊어졌다. 국내외 최고 수준의 조경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조성한 111개의 정원은 각기 다른 주제와 개성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하루에 다 둘러보기 벅찰 정도로 넓은 공간에 펼쳐진 정원들은 단순한 꽃과 나무의 집합이 아닌, 예술과 철학이 담긴 작품에 가깝다.

박람회는 오는 10월 20일까지 계속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주차는 공원 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요금은 10분당 300원이 부과된다.
서울시는 2026년에는 서울숲과 성수동 일대로 무대를 넓혀 180일간의 대장정으로 차기 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은 단순한 이벤트의 흥행을 넘어, 팍팍한 도심 속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하고 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밤, 에어컨 리모컨 대신 가까운 사람의 손을 잡고 자연이 선사하는 가장 건강한 시원함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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