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안양수목원
1967년 조성 후 첫 상시 개방

오랜 시간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는 순간은 언제나 특별한 설렘을 안긴다. 만약 그 문 너머에 반세기가 넘도록 극소수에게만 허락됐던 비밀의 숲이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놀랍게도 그런 공간이 우리 곁에 있었다. 무려 58년간 일반인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자연의 보고가 드디어 오는 11월, 우리 모두의 품으로 돌아온다. 이는 단순한 공원 개방을 넘어, 살아있는 시간의 유산이 공개되는 것이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280에 위치한 서울대 안양수목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67년, 서울대학교의 학술 연구림으로 조성된 이래 약 58년 동안 이곳은 연구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외부의 간섭 없이 고유한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해 온 덕분에, 이곳은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원시적인 자연의 모습을 품고 있다. 이제껏 굳게 닫혀 있던 이 보물 같은 숲이, 서울대학교와 안양시의 오랜 협력 끝에 드디어 시민들을 위한 휴식처로 거듭나게 됐다.

이번 전면 개방은 결코 간단한 결정이 아니었다. 기획재정부 소관의 국유재산이었던 수목원 부지 중 안양시에 속한 약 90헥타르(ha)를 교육부의 최종 승인을 거쳐 안양시가 무상으로 넘겨받는 복잡하고 의미 있는 행정 절차를 거쳤다.

이는 단순한 공간 개방을 넘어, 국가 자산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다. 공식 명칭도 ‘관악수목원’에서 서울대 안양수목원으로 새롭게 정비하며, 시민 곁으로 다가갈 모든 준비를 마쳤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도심 속 공원들이 잘 가꾸어진 ‘정원’이라면,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오랜 시간 스스로 진화해 온 ‘자연림’에 가깝다.

인위적인 개발을 최소화하고 연구 목적으로만 관리되었기에, 이곳의 숲은 다층적인 식생 구조와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자랑한다.

오는 11월부터 개방되는 구역은 수목원 내 전시 구역 25헥타르 중 교육 및 연구 시설을 제외한 약 20헥타르다. 이 공간만으로도 시민들은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복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완벽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토록 매력적인 공간을 즐기는 데 필요한 비용은 없다.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입장료 없이 무료로 운영되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방문객을 맞이한다.

자가용 이용자를 위한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 요금은 최초 1시간 1,000원, 2시간 3,400원, 3시간 7,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뛰어나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시내버스 5511번을 타거나, 2호선 낙성대역 4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관악02번을 이용해 ‘기숙사삼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수목원까지 쉽게 걸어갈 수 있어 뚜벅이 여행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안양시는 11월 정식 개방에 앞서 10월부터 ‘숲 해설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시범 운영하는 등 시민 맞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에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숲 해설 프로그램을 전면 개방에 맞춰 이곳 수목원에서 상시 진행하며, 방문객들이 숲의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모든 산림 체험 프로그램은 안양시 통합 예약 시스템을 통해 사전 예약 후 참여할 수 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비밀을 간직해 온 숲이 이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11월, 오랜 기다림 끝에 문을 여는 서울대 안양수목원에서 자연이 들려주는 시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시간이다.

특별한 계획 없이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휴식과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드디어 비밀의 숲이 열린다”… 58년 만에 공개되는 27만 평 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