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 17m 높이 고가 보행로에서 만나는 228종 식물과 은하수 조명 야경

홍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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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일대를 내려다보는 도심 스카이라인

서울로 7017 드론뷰
서울로 7017 드론뷰 / 사진=ⓒ한국관광공사 IR 스튜디오

해가 기운 오후, 서울역 일대로 퇴근길 인파가 몰려든다. 그 위로 17m 높이에 또 다른 길이 펼쳐진다. 차량 대신 사람이, 배기가스 대신 꽃과 나무가 자리한 공간이다.

1970년 자동차 전용 고가도로로 태어나 2015년 안전등급 D를 받으며 철거 위기에 놓였던 이 구조물은 2017년 시민 보행로로 다시 태어났다.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가 설계한 이 공간은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개장 첫날인 2017년 5월 20일, 15만명의 시민이 이곳을 찾았다. 개장 100일 만에 361만명, 1년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하며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1970년과 2017년이 만든 보행로의 의미

서울로 7017 모습
서울로 7017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현우

서울로 7017(서울특별시 중구 한강대로 405)은 서울역 북쪽에서 만리동까지 이어지는 고가 보행로다. 1970년 퇴계로-동자동 구간이 먼저 개통되었고 1975년 만리재까지 연장 완공되며 서울역고가도로로 불렸다.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며 폐쇄되었으나, 철거 대신 재생을 택한 서울시는 597억원을 투입해 안전 B등급과 내진 1등급의 구조물로 탈바꿈시켰다.

이름에 담긴 ‘7017’은 세 가지 의미를 품는다. 1970년 만들어진 고가가 2017년 새로 태어났다는 시간의 기록이며, 17개의 사람길을 연결한다는 공간의 약속이고, 지상 17m 높이에서 도심을 조망한다는 물리적 사실이다. 길이 1,024m, 폭 10.3m의 이 보행로는 회현역에서 만리동1가까지 지상 연결로를 포함하면 약 1.5km에 이른다.

가나다순으로 걷는 공중 식물도감

서울로 7017 낮
서울로 7017 낮 / 사진=ⓒ한국관광공사 IR 스튜디오

보행로 전체에 228종 24,085주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다. 645개의 화분이 길 양쪽에 배치되었으며, 그중 126개는 벤치 기능을 겸한다. 식물은 가나다순으로 정렬되어 있어 ‘가시나무’에서 시작해 ‘황매화’로 끝나는 긴 도감을 따라 걷는 느낌이다.

각 화분에는 QR코드가 부착되어 있다.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해당 식물의 이름과 특징, 개화 시기를 확인할 수 있다. 봄에는 목련과 철쭉이, 여름에는 수국과 배롱나무가, 가을에는 단풍나무와 국화가, 겨울에는 동백과 남천이 계절을 알린다.

특히 목련홍보관과 장미홍보관 구간에서는 해당 식물의 다양한 품종을 집중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서울로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카페, 전시관은 산책 중 휴식 공간으로 기능한다. 정원교실에서는 계절별 원예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안내소에서는 보행로 지도와 식물 안내서를 무료로 제공한다.

일몰 후 켜지는 은하수 조명과 전망

밤인 서울로 7017 풍경
밤인 서울로 7017 풍경 / 사진=서울로 7017

서울로의 진가는 해가 진 후 드러난다. 보행로 전체에 설치된 조명이 켜지면 마치 은하수가 도심 위를 가로지르는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겨울에는 ‘서울로 겨울 이야기’ 불빛축제가 열려 더욱 화려한 야경을 선사한다.

지상 17m 높이에서 바라보는 서울역 일대 전망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역사, 남대문,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며, 청와대와 북악산까지 조망된다.

유리 난간 너머로 펼쳐지는 도심 스카이라인은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가 높다. 특히 일몰 직전과 야간 시간대에 방문하면 황금빛과 푸른빛이 교차하는 도시의 두 얼굴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365일 24시간 개방, 17개 길로 연결된 접근성

서울로 7017
서울로 7017 / 사진=ⓒ한국관광공사 IR 스튜디오

서울로 7017은 연중무휴 24시간 무료로 개방된다. 입장료나 이용료가 없으며, 새벽에도 밤에도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이내이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는 보행로 동쪽 시작점과 바로 연결된다.

서울역 옥상정원에서 연결통로를 통해 곧장 진입할 수도 있다. 남산육교, 청파동, 중림동 방면으로 이어지는 17개의 보행로가 이 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 있어 서울역 일대 도보 이동이 한결 수월해졌다.

주변 연계 명소도 풍부하다. 도보 3분 거리에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가 있어 전시와 문화행사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도보 10분 내에 숭례문과 남대문시장, 손기정체육공원이 자리한다. 약현성당과 서소문역사공원까지 도보 15분이면 닿는다. 서울로를 기점으로 서울역 일대 역사·문화 명소를 하나의 도보 코스로 엮을 수 있는 셈이다.

서울로 7017 야경
서울로 7017 야경 / 사진=서울관광재단

서울로 7017은 철거될 뻔한 고가도로가 시민의 일상 속으로 돌아온 도시재생의 상징이다.

1,024m를 걷는 동안 228종의 식물과 마주하고, 17m 높이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1970년과 2017년이 만든 시간의 켜를 경험하게 된다.

퇴근길 잠시 들르거나 주말 오후 느긋하게 산책하고 싶다면, 서울역 2번 출구로 나와 17m 위 하늘길로 향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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