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거북섬
죽음의 호수에서 최고의 일출·일몰 명소로 거듭나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유유히 걷는 듯한 착각. 발아래로는 잔잔한 물결이 흐르고, 시선 끝에는 붉은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몸을 숨기는 장엄한 풍경이 펼쳐진다.
최근 수도권에서 가장 뜨거운 일몰 명소로 떠오른 이곳이 한때 대한민국 환경 오염의 상징과도 같았던 ‘죽음의 호수’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상처를 딛고 생명의 공간으로 완벽하게 부활한 시화호의 놀라운 오늘을 만나본다.
시화호

시화호는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걸쳐 조성된 56.5㎢ 면적의 광활한 인공호수다. 그 시작은 1994년, 시화방조제 완공과 함께 국토 확장과 담수 자원 확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탄생했다.
하지만 공장 폐수와 생활 하수 유입을 막지 못한 채 물길을 가두자, 물고기와 철새가 자취를 감춘 ‘죽음의 호수’라는 비극적인 별명을 얻었다.
이런 시화호를 변화시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기술, 시민들의 염원이 더해져 수질은 기적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의 시화호는 놀라운 생명력의 상징이 되었다. 천연기념물 제201-2호로 지정된 큰고니와 제205-2호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희귀 조류들이 다시 찾아와 군무를 펼치는 생태계의 보고로 거듭난 것이다.
바다 위 산책로 걸으며 힐링

시화호의 극적인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바로 시흥시에 자리한 거북섬이다. 최근 이곳에 조성된 해안 보행 데크와 ‘경관브릿지’는 단숨에 서해안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거북섬에서 바다 쪽으로 약 300m 뻗어 나간 이 다리는 방문객에게 시화호의 광활한 풍경을 파노라마로 선사한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의 제약 없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어 있어,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일출부터 서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낭만적인 일몰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나 주차료 부담도 없어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찾기 좋다. 밤이 되면 다리를 따라 켜지는 은은한 조명이 낮과는 또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늦가을 밤바다의 정취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파티보트 타고 시화호를 누비다

시화호의 되살아난 물길을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면 안산시가 마련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주목할 만하다. 안산시는 2025년 10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화호 해양레저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다.
안산천하구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파티보트를 타고 호수 위를 누비는 이 프로그램은 시민들에게 시화호의 가치를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서병구 안산시 대부해양본부장은 “시화호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이번 프로그램에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린다”며, “안산시의 해양레저 저변 확대와 해양관광도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예약 및 운항 정보는 ‘안산바다’ 누리집이나 경기해양레저협회(031-493-100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염의 대명사에서 생태 복원과 청정에너지, 그리고 시민을 위한 친수 공간의 모범 사례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시화호.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위대한 회복의 역사를 직접 걸어볼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이번 주말, 우리가 찾아야 할 가장 의미 있는 여행지가 아닐까.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