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신흥사, 높이 14.6m 통일대불과 652년 창건 천년 고찰의 겨울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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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무료 개방, 보물 1721호 극락보전

설악산 신흥사 설경
설악산 신흥사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의 설악산은 거대한 수묵화 한 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장관을 연출합니다. 웅장한 기암괴석 위로 소복이 쌓인 흰 눈은 일상의 소음을 지우고 오직 자연의 정적만을 남깁니다.

특히 2023년 5월 4일부터 문화재 관람료가 전면 폐지되면서, 이제는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설악의 깊은 겨울 품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 덮인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은빛 세계 한가운데 자리 잡은 고즈넉한 산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매서운 겨울바람도 잠시 멈춰갈 것 같은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설경과 어우러진 거대한 불상의 모습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합니다.

은빛 설원 위에 핀 평화, 14.6m 통일대불의 위엄

신흥사 통일대불
신흥사 통일대불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풍경은 하얀 눈을 머금은 거대한 청동 좌불상, 통일대불입니다. 1987년에 시작해 1997년에 완공된 이 불상은 높이 14.6m, 지름 13m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합니다. 17.5m 높이의 광배와 4.3m의 좌대까지 더해진 그 위용은 설악산의 눈 덮인 능선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불상이 전하는 온화한 미소는 여행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집니다. 불상 내부에는 미얀마 정부가 기증한 진신사리와 대장경이 봉안되어 있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릅니다.

설악의 매서운 추위를 뚫고 대불 앞에 서면, 민족의 화합을 염원하며 세워진 이 거대한 상징물이 전하는 묵직한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라의 향기부터 조선의 숨결까지, 눈 속에 간직된 역사

신흥사 겨울
신흥사 겨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곳은 서기 652년, 신라 진덕여왕 시기에 자장율사가 ‘향성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하며 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화재로 소실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1644년 조선 인조 시절 현재의 위치에 중건되며 천년 고찰의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사찰 곳곳에는 1984년에 지정된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7호의 유서 깊은 흔적들이 겨울 눈동자처럼 맑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본래 ‘신령의 계시로 일어났다’는 의미의 ‘신흥사(神興寺)’로 불리던 이곳은 1995년부터 ‘새로이 일어난다’는 뜻의 ‘신흥사(新興寺)’로 한자 명칭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눈 덮인 전각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시대를 거듭하며 변화해 온 사찰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눈처럼 깊게 느껴집니다.

단청의 화려함과 하얀 설경이 빚어낸 미학

신흥사 극락보전
신흥사 극락보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눈 쌓인 사찰 마당을 지나면 조선 후기 불교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각들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흥사의 중심 법당인 극락보전을 비롯하여 보제루, 범종루, 명부전 등이 하얀 눈을 머금은 채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모습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붉고 푸른 단청의 색감이 순백의 설경과 대비를 이루며 한국 전통미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특히 보물 제1721호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이 모셔진 극락보전 내부는 경건한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정교하게 조각된 불상의 자태는 당시의 높은 예술 수준을 짐작게 하며,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깊은 명상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설악산 신흥사 풍경
설악산 신흥사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흥사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겨울 트레킹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사찰을 기점으로 눈꽃이 만발한 길을 따라가면 흔들바위와 계조암까지 약 2.1km, 설악의 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울산바위까지는 약 3.1km의 코스가 이어집니다.

또한 도보로 10분 내외의 거리에 있는 권금성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추위 걱정 없이 설악산의 환상적인 설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설악동에 위치한 이곳은 연중무휴에 입장료도 없어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7번 또는 7-1번 시내버스를 타면 약 20분에서 25분이면 입구에 도착하며, 자가용 이용 시 설악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평탄한 길을 걸어 들어오면 됩니다.

신흥사 전경
신흥사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얀 눈 속에 파묻힌 천년 고찰의 풍경은 오직 이 계절에만 허락되는 선물입니다. 웅장한 통일대불의 미소와 정갈한 전각들이 전하는 위로를 받으며, 설악의 아름다운 겨울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눈 덮인 기와지붕 아래서 잠시 고요를 만끽하다 보면 일상의 번잡함은 어느새 잊히고 마음속에 깊은 평온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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