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m 물줄기 옆으로 단풍이 쏟아집니다”… 구름다리까지 이어지는 가을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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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희방폭포
구름다리 위에서 만나는 장엄한 단풍 절경

소백산 가을 전경
소백산 가을 전경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백은영

가을 산행의 시작은 보통 눈이 아닌 귀에서 시작된다.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넘어, 멀리서부터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소리가 심장을 두드릴 때, 비로소 최고의 가을이 다가왔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 소리의 근원에는 붉게 타오르는 단풍 절벽과 그 위를 낙하하는 거대한 물줄기가 있다. 소백산의 심장, 희방폭포 이야기다.

“600년 전 학자의 꿈속을 거닐다”

소백산 희방폭포 단풍
소백산 희방폭포 단풍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전영임

이 장엄한 교향곡을 감상하기 위한 여정은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희방사길 152-78에서 시작된다. 과거에는 폭포에 닿기 위해 길목에 있는 희방사의 문화재 관람료를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국립공원 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지원 정책이 시행되면서 그 문턱마저 완전히 사라졌다. 덕분에 이제 누구나 부담 없이 이 꿈결 같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소백산 희방폭포 가을 전경
소백산 희방폭포 가을 전경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백은영

주차장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웅장한 서곡이 귓가를 채우기 시작한다. 10여 분 남짓 걸었을까, 시야가 터지며 마침내 교향곡의 지휘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28m의 거대한 물줄기가 수직 절벽을 타고 굉음과 함께 떨어진다. 바로 희방폭포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폭포를 감싼 주변 풍경이다. 10월의 절정을 맞아 붉고 노랗게 불타는 단풍나무와 참나무들이 하얀 물보라와 어우러져 강렬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조선 전기의 대학자 서거정이 이곳을 보고 ‘천혜몽유처’, 즉 ‘하늘이 내려준 꿈속에서 노니는 곳’이라 극찬한 이유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폭포와 단풍을 발아래에 두다”

소백산 희방폭포 가는길
소백산 희방폭포 가는길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전영임

희방폭포의 진정한 매력은 한 걸음 더 나아갔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폭포 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위에 서면, 방금 전까지 올려다보던 웅장한 폭포가 발아래에서 포효한다.

다리 위는 시선이 해방되는 마법의 공간이다. 고개를 들면 오색찬란한 소백산의 단풍 계곡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로는 거대한 물줄기가 낙하하는 장엄한 풍경이 동시에 펼쳐진다.

소백산 단풍
소백산 단풍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전영임

이 모든 감동을 최고조로 느끼려면 10월 마지막 주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때가 바로 희방폭포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주차장 → 희방폭포 → 구름다리 → 희방사’로 이어지는 약 1.5km의 트레킹 코스는 이 모든 것을 남김없이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동선이다.

폭포의 굉음이 잦아들 무렵, 길의 끝에서 신라 선덕여왕 12년인 643년에 창건된 천년 고찰 희방사가 고요히 방문객을 맞이한다.

희방사
희방사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백은영

화려한 단풍과 웅장한 폭포 소리로 가득 찼던 마음이 사찰의 적막함 속에서 차분히 가라앉는다. 소음과 고요, 자연의 역동성과 역사의 평온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 이것이 바로 희방폭포가 단순한 단풍 명소를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가을 체험 공간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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