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물든 절벽 위로 폭포가 쏟아진다”… 1.5km 걷기 좋은 가을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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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희방폭포
물소리와 단풍이 빚은 풍경

희방폭포 가을
희방폭포 가을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가을이 깊어지면 대한민국은 일제히 붉고 노란빛으로 물든다. 그러나 모든 단풍이 같은 울림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렁찬 폭포의 합창과 함께 온몸으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소백산 희방폭포다.

이곳의 가을은 눈으로만 보는 정적인 풍경이 아니라,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끼는 한 편의 웅장한 교향곡과 같다. 조선의 학자가 꿈속에서 노닐던 풍경이라 극찬한 그 비경의 절정은 바로 지금, 가을에 있다.

“천상의 단풍을 보려거든, 천혜몽유처로 향하라”

희방폭포 가는 길
희방폭포 가는 길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전영임

소백산국립공원 희방폭포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희방사길 152-78에 자리한다. 국립공원 입장은 무료이나, 폭포에 닿기 위해서는 길목에 있는 희방사의 문화재구역을 지나야 한다.

이때 성인 3,0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천년 고찰과 그 주변의 문화유산 및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 쓰이는 소중한 비용이다. 이 투자는 곧 마주하게 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을의 절경에 대한 예의다.

희방폭포
희방폭포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전영임

매표소를 지나면 서서히 귀가 열린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폭포 소리는 가을의 서곡이다. 약 10분간 숲길을 오르면 시야가 터지며 마침내 주연 배우가 등장한다. 높이 28m의 거대한 물줄기가 붉게 타오르는 절벽을 배경으로 낙하한다.

소백산 연화봉에서 시작된 차가운 물이 수직으로 쏟아지며 만들어내는 물보라와 굉음,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싼 단풍나무, 참나무, 신갈나무의 오색찬란한 빛깔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조선 전기 학자 서거정이 이곳을 ‘천혜몽유처’, 즉 ‘하늘이 내려준 꿈속 풍경’이라 칭한 것은 바로 이 가을의 모습을 보고 남긴 찬사가 틀림없다.

10월 마지막 주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

희방폭포 구름다리
희방폭포 구름다리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전영임

소백산의 가을은 10월 중순에 시작되어 10월 셋째 주부터 마지막 주 사이에 절정을 맞는다. 이때 방문해야만 연둣빛과 주홍빛, 핏빛이 뒤섞여 가장 현란한 색의 향연을 목도할 수 있다. 이 시기 희방폭포를 가장 입체적으로 즐기는 추천 코스가 있다. ‘매표소 → 희방폭포 → 구름다리 → 희방사’로 이어지는 약 1.5km 구간이다.

탐방의 백미는 단연 폭포 위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다. 아찔한 높이의 다리 위에서는 웅장한 폭포를 발아래에 두고, 불타는 듯한 계곡의 단풍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최고의 사진 촬영 지점이다.

푸른 하늘과 형형색색의 단풍, 그리고 하얀 물줄기가 한 프레임에 담기는 장관이 연출된다. 인파를 피해 고요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평일 오전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절기(4~10월) 입산 시간은 새벽 4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여유롭다.

천년 고찰이 품은 가을의 적막

소백산 구름다리
소백산 구름다리 / 사진=영주 공식블로그

희방폭포의 가을은 폭포에서 끝나지 않는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신라 선덕여왕 시절(643년)에 창건된 고찰 희방사가 고즈넉한 모습으로 탐방객을 맞는다. 화려한 단풍의 향연 속에서 마주하는 천년 사찰의 적막함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소백산의 깊은 가을 정취에 빠져보는 것은 희방폭포 탐방의 또 다른 묘미다.

결론적으로 소백산 희방폭포의 가을은 단순한 단풍 명소를 넘어선다. 거대한 폭포가 연주하는 자연의 음악을 들으며, 수백 년 전 학자가 감탄했던 역사적 풍경 속을 걷고, 천년 고찰의 평온함까지 얻어갈 수 있는 복합적인 문화체험 공간이다. 올가을, 잊지 못할 단 하나의 장소를 꼽아야 한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 답은 소백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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