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산 모노레일
역사와 평화가 공존하는 소이산을 누비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현실인지 그림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들녘, 그 위로 부서지는 가을 햇살. 이 모든 것을 발아래 두고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DMZ의 긴장감만을 떠올리는 철원에, 바로 그 비현실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명소가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한반도의 아픈 역사가 겹겹이 새겨져 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끼는 특별한 여정을 시작해보자.
소이산 모노레일

소이산 모노레일은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철원읍 금강산로 262에 위치한 철원역사문화공원 내에서 출발한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한때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하던 경원선의 핵심 역이자, 1937년 당시 역무원만 80여 명이 근무하며 연간 28만 명의 승객과 6만 3천 톤의 화물을 실어 나르던 옛 철원역이 있던 바로 그 자리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역사는 이제 공원이 되었고, 그 중심에서 모노레일은 역사의 현장 위, 소이산 정상으로 방문객을 안내한다.
왕복 1.8km 구간을 오가는 8인승 모노레일에 오르면 여정은 시작된다. 약 13분간 이어지는 상승 길은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다.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로 창밖을 보면 방금 출발한 철원역사문화공원과 그 너머의 풍경이 서서히 멀어진다.
362.3m 정상에서 마주한 대자연과 역사의 파노라마

상부 승강장에 내려 나무 데크길을 따라 5분 남짓 걸으면 마침내 소이산 전망대에 닿는다. 해발 362.3m, 결코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압도적인 파노라마다.
눈앞에는 드넓은 철원평야가 거대한 캔버스처럼 펼쳐진다. 특히 9월 하순부터 10월까지는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이 장관을 이룬다.
이 풍요로운 땅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민간인 통제선, 즉 민통선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곳은 상주 인원 없이, 허가받은 농민만이 정해진 시간에 드나들며 농사를 짓는 땅이다.
사람의 발길이 엄격히 통제되었기에 역설적으로 가장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게 된 것이다. 전망대에서는 철원평야뿐만 아니라 한탄강과 비무장지대(DMZ)의 남방한계선, 그리고 맑은 날에는 북녘의 산야까지도 희미하게 조망할 수 있다. 분단의 현실과 비옥한 생명의 땅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다.
실속과 편의를 모두 잡은 여행 정보

소이산 모노레일은 방문객의 편의를 세심하게 고려했다. 하절기(3~11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2~2월)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탑승 마감은 종료 1시간 전이다. 매주 화요일과 1월 1일, 설과 추석 당일은 휴무이므로 방문 계획 시 유의해야 한다.
이용 요금은 성인 기준 7,000원이지만, 3,000원을 철원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준다. 사실상 4,000원에 이 모든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청소년 및 어린이는 4,000원에 2,000원을 돌려받는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이용객이 많아 현장 발권이 어려울 수 있으니, 네이버 예매를 통해 미리 예약하는 것이 현명하다.
안전상의 이유로 임산부와 36개월 미만 유아는 탑승이 제한되니 동반 여행 시 참고해야 한다.

소이산 모노레일을 충분히 즐겼다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노동당사 건물도 함께 둘러보길 추천한다. 한국전쟁의 포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건물은 모노레일에서 본 평화로운 풍경과는 또 다른, 철원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모노레일 왕복과 전망대 관람을 포함해 약 1시간 30분, 여기에 철원역사문화공원과 노동당사까지 더하면 완벽한 반나절 역사·생태 여행 코스가 완성된다.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의 의미를 되새기는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철원 소이산으로 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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