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곡구곡
속리산이 품은 10.5km의 비경

충북 괴산을 대표하는 명소를 꼽을 때 ‘괴산 8경’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제1경으로 불리는 곳이 바로 쌍곡구곡이다. 이곳은 단순한 계곡이 아니라, 10.5km에 걸쳐 9개의 각기 다른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자연의 걸작이다.
조선시대 대학자 퇴계 이황과 송강 정철마저 그 아름다움에 반해 머물렀다는 기록이 전해질 만큼 유서 깊은 이곳은, 가을이면 웅장한 산세와 어우러진 단풍으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특히 쌍곡구곡은 속리산국립공원구역에 포함되어 있어 체계적으로 관리되며, 국립공원 정책에 따라 입장료가 전면 무료화되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다만, 가을 성수기 방문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주차 및 입산 시간 규정이 존재한다.
괴산 쌍곡구곡

쌍곡구곡은 공식적으로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쌍곡로 일원에 자리한다. 괴산읍에서 연풍 방향으로 약 10km를 이동하면 칠성면 쌍곡마을 입구에 닿는데, 이곳부터 제수리재 정상에 이르기까지 약 10.5km 구간이 전부 쌍곡구곡에 해당한다.
이 계곡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거대한 산세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남쪽으로는 보배산이, 북쪽으로는 군자산과 비학산이 병풍처럼 계곡을 감싸고 있다.
웅장한 산세 덕분에 계곡을 흐르는 물은 사계절 내내 맑고 청량하며, 기암절벽과 수백 년 된 노송,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속리산국립공원의 쌍곡분소에서 직접 관리하는 국립공원 구역이다. 덕분에 탐방로와 안전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으면서도, 천연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퇴계 이황과 송강 정철의 발자취

쌍곡구곡의 가치는 수려한 풍경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은 예로부터 ‘쌍계(雙溪)’라 불리며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사랑한 풍류의 공간이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인 퇴계 이황은 물론,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 등 당대의 지식인들이 이곳의 산수 경치에 매료되어 자연을 벗 삼아 시름을 달래고 학문을 논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의 발자취가 깃든 덕분에 쌍곡계곡은 단순한 유원지가 아닌,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인문학적 깊이를 더한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옛 선비들의 읊조림처럼 들리는 듯하다.
9개의 비경, 구곡(九曲)의 매력

쌍곡구곡의 백미는 이름처럼 9개의 굽이마다 숨겨진 9가지 명소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10.5km 전 구간을 완주하는 것도 좋지만, 주차장 인근의 핵심 명소만 둘러보거나 특정 구간을 정해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좋다.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너른 암반 위를 흐르다 깊은 소를 이룬 곳으로, 잔잔한 물결이 탐방의 시작을 알린다. 제2곡 소금강은 이름 그대로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 기암절벽이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제3곡 병암(떡바위)은 넓고 평평한 바위가 떡시루처럼 겹겹이 쌓여 붙은 이름이다. 잠시 쉬어가기 좋은 너른 암반이 특징이다.
제4곡 문수암은 절벽 위 동굴에 문수보살이 절을 짓고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며, 제5곡 쌍벽은 계곡 양쪽으로 거대한 바위벽이 깎아지른 듯 솟아 장관을 이룬다.

제6곡 용소는 깊은 물속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제7곡 쌍곡폭포는 쌍곡구곡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힌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맑은 물줄기가 암반을 타고 시원하게 쏟아져 청량감을 더한다.
제8곡 선녀탕은 이름처럼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을 법한 아담하고 맑은 소이며, 마지막 제9곡 마당바위(장암)는 수백 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암반이 계곡의 끝을 장식한다.
방문 전 필수 확인, 주차와 입산 시간

쌍곡구곡은 국립공원공단의 정책에 따라 입장료가 전면 무료다.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해 방문할 경우 주차 요금은 별도로 발생한다. 쌍곡 탐방지원센터 인근에 위치한 쌍곡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된다.
국립공원공단 고시 기준, 주차 요금은 성수기(5월~11월)에는 중소형차 기준 5,000원, 경차 2,000원이며, 비수기(12월~4월)에는 중소형 4,000원, 경차 2,000원이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입산 시간 지정제’다. 국립공원 구역이므로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계절별로 입산 가능 시간이 정해져 있다.
탐방로마다 입산 가능 시간과 통제 시간이 다르다. 하절기에는 오전 4시부터 입산할 수 있으며, 일부 구간은 오후 1시나 4시에 통제된다.
동절기에는 오전 5시부터 입산할 수 있고, 일부 구간은 정오 12시나 오후 2시에 통제된다. 자세한 내용은 속리산국립공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현재 10월 말은 하절기 기준이 적용되지만, 11월부터는 마감 시간이 16시로 한 시간 앞당겨지므로 늦가을 산행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시간을 숙지해야 한다.
가을 단풍은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입장료 부담 없이 괴산 제1경의 수려함과 퇴계 이황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싶다면 쌍곡구곡이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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