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무료인데 이런 절경이?”… 500년 은행나무와 북한강 조망 품은 천년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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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길산 수종사
북한강 조망과 세조의 전설을 품다

운길산 수종사 전경
운길산 수종사 전경 / 사진=수종사 공식 홈페이지

겨울이 깊어지는 12월, 남양주 운길산 자락에는 특별한 고요함이 흐른다. 산 중턱을 타고 오르는 좁은 계단 너머,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풍경을 품은 공간이 자리한다.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온 역사와 세조의 설화가 어려있는 이곳은, 계절마다 다른 표정으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천년의 시간이 쌓인 이 사찰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다. 조선 시대 명현들이 사랑했던 돌길,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 명승 제109호로 지정된 탁 트인 조망까지 품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겨울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지금, 이곳이 품은 매력을 살펴봤다.

운길산 수종사

수종사 문화재와 보물
수종사 문화재와 보물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홍영은

수종사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세조 설화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지병 치료를 위해 강원도에 다녀오던 중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세조가 은은한 종소리를 따라가 보니 토굴 속에 18 나한상이 모셔져 있었고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종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감명받은 세조가 직접 18 나한을 봉안하여 절을 짓고 ‘물 수(水), 종 종(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사찰에 현존하는 문화유산들은 수종사가 오랜 역사를 지닌 중요한 사찰임을 증명한다. 태조 이방원의 딸 정혜옹주를 추모한 승탑과 세조의 고모인 정의옹주의 부도가 남아있으며, 조선 시대 석탑인 팔각오층석탑(보물 제1808호)도 자리하고 있다.

500년 은행나무가 만드는 겨울 풍경

수종사 은행나무
수종사 은행나무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홍영은

수종사를 찾는 이들이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세조가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500년 수령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다. 이 나무는 단순한 수목을 넘어 수종사의 영혼이자 상징으로 자리잡았으며, 계절마다 전혀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은행나무가 황금색으로 물드는 시기의 풍경은 ‘절경’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반면 추운 겨울에 접어든 요즈음, 나뭇잎이 거의 떨어진 은행나무의 가지는 쓸쓸함을 전하지만 겨울만의 정취 또한 각별하다.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고요함 사계절 내내 다른 표정을 선보이는 이 나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계절을 달리하며 수종사를 찾는 셈이다.

북한강 조망과 함께 차 한 잔의 여유

수종사 대웅보전
수종사 대웅보전 / 사진=수종사 공식 홈페이지

“동방 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고 조선 시대 문신 서거정이 격찬했던 수종사에서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인근 산들까지 시야에 담을 수 있는 탁 트인 조망은 마음을 자동으로 정화시키는 편이다.

특히 산신각에서 바라본 풍경은 명승 제109호로 지정된 수종사 경내의 최고 조망 포인트다. 게다가 해탈문 입구에 자리한 삼정헌(다실)에서는 차를 마시며 북한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습도가 높은 날 아침 일찍 방문하면 아름다운 운무가 산사 위를 감싸 안으며 신비로운 순간을 선사하는데, 맑은 날의 탁 트인 풍경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운길산 수종사 일주문
운길산 수종사 일주문 / 사진=수종사 공식 홈페이지

수종사(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433번길 186)는 상시 개방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라는 점이 큰 장점이다.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넓은 주차장이 있어 주차는 어렵지 않으며,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는 약 15분, 사찰까지는 400m 정도로 15분이 소요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중앙선 운길산역이나 수종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약 1~2시간을 걸어야 한다.

입구 이후로 가파르고 좁은 계단이 이어지므로 반드시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고 올 것을 권한다. 사찰 내 두꺼비 분수에서 시원한 식수를 마실 수 있고, 대웅보전, 응진전, 약사전, 산신각, 경학원 등의 시설을 둘러볼 수 있다.

수종사 석불
수종사 석불 / 사진=남양주시 공식 블로그 홍영은

수종사는 천년의 역사와 왕들의 발길이 머물렀던 영혼의 장소다. 500년 은행나무가 만드는 사계절 풍경, 북한강을 조망하는 특별한 경치, 무료 입장의 실속까지 갖춘 셈이다.

겨울이 주는 고요함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싶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북한강의 경치를 마주하고 삼정헌에서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혼의 정화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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