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데 자꾸 걷게 된다”… 30층 높이에서 만나는 270m 출렁다리 명소

입력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붉은 다리 위에서 즐기는 허공 산책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채계산 출렁다리 / 사진=순창 공식블로그 심인섭

전라북도 순창의 산자락, 푸른 숲 사이로 시선을 압도하는 강렬한 붉은색 선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마치 잘 익은 순창 고추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 거대한 구조물은, 오늘날 순창군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 채계산 출렁다리다.

길이 270m, 최고 높이 90m에 달하는 이 다리는 주탑(기둥)이 없는 산악 현수교로는 한때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며 여행객들에게 짜릿한 스릴과 압도적인 풍광을 동시에 선사했다.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순창 출렁다리
채계산 출렁다리 / 사진=순창 공식블로그 심인섭

짜릿한 허공 산책을 계획하기 전, 운영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 산31-3에 위치한 채계산 출렁다리연중무휴로 운영되지만, 강풍이나 폭우 등 기상 악화 시에는 안전을 위해 예고 없이 통제될 수 있다.

방문 전 날씨를 꼭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본격적인 여정은 제1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나무 계단 입구를 통해 약 15분, 295m를 오르면 마침내 붉은 위용을 뽐내는 출렁다리와 마주하게 된다. 오르는 길 중간에 마련된 전망대는 일종의 애피타이저다. 잠시 숨을 고르며 두 산등성이를 잇는 다리의 전경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채계산 출렁다리
채계산 출렁다리 / 사진=순창 공식블로그 심인섭

다리 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아찔함은 극에 달한다. 바닥이 격자무늬 철망(스틸 그레이팅)으로 되어 있어 아파트 약 30층 높이에서 발아래 국도 24호선을 달리는 자동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다리는 이름처럼 부드럽게 출렁이며 스릴을 더하지만, 최대 1,300명의 하중과 초속 66m의 강풍을 견디도록 설계되어 안전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몇 걸음 옮겨 공중에 익숙해질 때쯤, 비로소 주변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드넓은 적성 들녘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물줄기가 어우러진 풍경은 잠시나마 허공에 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장관이다.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명소
채계산 출렁다리 / 사진=순창 공식블로그 심인섭

채계산 출렁다리는 단순히 스릴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국도 건설로 인해 오랜 시간 동계와 적성으로 나뉘었던 해발 342m의 채계산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채계산은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순창의 명산이다. 바위가 마치 책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모습 같다고 해 ‘책여산’으로, 적성강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 달을 보는 형상, 즉 ‘월하미인(月下美人)’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채계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전경
채계산 출렁다리 / 사진=순창 공식블로그 심인섭

2020년 3월 개통된 붉은 다리는 전설이 깃든 두 산봉우리를 연결하며, 순창군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강천산과 더불어 순창 관광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이곳은, 단절을 극복하고 지역의 상징을 품어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야기와 풍경, 짜릿함이 공존하는 순창의 붉은 다리 위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산책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