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용궐산 하늘길
국내 최장 산악 잔도의 아찔한 트레킹

평범한 등산로에 싫증이 났다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걷기 여행을 떠나볼 시간이다. 거대한 수직 암벽을 따라 허공에 매달린 길을 걷는 상상. 전북 순창의 용궐산 하늘길은 그 아찔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스릴만 있는 곳이 아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전망대 위를 걷는 듯한 감동을 선사하며, 이 길이 어떻게 지역의 보물이 되었는지 그 숨은 이야기까지 궁금하게 만든다.
용궐산 하늘길

모든 모험의 시작은 용궐산 하늘길의 관문인 용궐산 치유의 숲에서다. 전북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 산101-1에 자리한 매표소에서 입장을 마치고 잘 정비된 돌계단을 20분 남짓 오르면,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회색빛 암벽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며 하늘로 솟구치는 나무 데크길. 그 비현실적인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설치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
이 길은 ‘잔도(棧道)’라 불리는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잔도란 험한 벼랑에 선반처럼 매달아 놓은 길을 뜻하는데, 용궐산 하늘길은 총 1,096m에 달하는 국내 최장급 산악 잔도다.

2021년 534m 길이로 첫선을 보인 후, 여행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약 두 배 길이로 확장, 2023년 10월에 화려하게 재개장했다. 재개장 후 불과 4개월 만에 12만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통계는 이곳의 인기를 명확히 증명한다.
데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발아래로 펼쳐지는 아찔한 풍경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하지만 이내 튼튼한 구조물에 대한 믿음과 함께 주변의 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길은 수평으로 이어지다가도 가파른 계단으로 변하며 고도를 높인다. 이 역동적인 동선 덕분에 관람객은 지루할 틈 없이 용궐산과 그 아래를 흐르는 섬진강의 풍경을 다채로운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용의 궁궐에서 바라보는 섬진강
용궐산은 이름 그대로 ‘용의 궁궐’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실제로 산의 거대한 암릉은 꿈틀거리는 용의 등줄기를 닮았고, 하늘길은 그 용의 등뼈를 타고 오르는 경험을 선사한다.
길 중간중간 마련된 전망대와 쉼터에 서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수억 년의 세월 동안 강물이 깎아내고 바람이 다듬은 지질학적 시간이 눈앞의 풍경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넘어, 이 길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성인 기준 4,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그중 2,000원을 순창 어디서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순창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트레킹 후 순창의 맛집이나 특산물 매장을 자연스럽게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현명한 정책이다. 이는 방문객에게는 입장료 할인 혜택을,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실질적인 소득 증대를 안겨주는 상생의 모델로 평가받는다.
하늘길 코스는 매표소에서 출발해 비룡정을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가 기본이다. 체력에 여유가 있다면 된목삼거리를 지나 해발 646.7m의 정상까지 올라보는 것도 좋다. 정상 전망대에 서면 섬진강의 물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도는 장쾌한 풍경을 막힘없이 조망할 수 있다.
주차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주말에는 이른 시간부터 만차가 될 수 있으니 여유로운 방문을 원한다면 평일 오전 시간을 추천한다. 짜릿한 모험과 장엄한 자연, 그리고 지역과의 상생까지 품은 이곳은 단순한 산행을 넘어선 특별한 여행의 기억을 선물할 것이다.

















저 잔도길까지 올라가는 코스가 숨 넘어갑니다..
1.2km정도 돌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