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약 40% 크기라니 압도적이네”… 바다·강·갈대·정원 다 품은 힐링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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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의 진심

순천만국가정원 전경
순천만국가정원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해안의 잔잔한 바람이 스칠 때, 순천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두 가지 풍경이 동시에 떠오른다. 한쪽에는 사계절 내내 화려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광활한 정원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드넓은 습지에서 살아 숨 쉬는 생태의 리듬이 이어진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국가정원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순천만습지는 순천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조성된 특별한 공간이다.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이 지역이 왜 국내 생태여행의 대표적인 목적지로 꼽히는지 금세 실감하게 된다.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 풍경
순천만국가정원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라남도 순천시 국가정원1호길 47에 위치한 순천만 국가정원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공기의 색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가을빛을 머금은 햇살이 나무 사이를 스며들고, 계절이 바뀌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은 달력이 아니라 길가에 쌓여 가는 단풍의 결이다.

112만㎡에 펼쳐진 드넓은 정원에는 505종 79만 주의 나무가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며, 풍경 곳곳에서 계절의 농도를 더해준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여름 그늘을 만들어주던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가을빛을 머금고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나무 아래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걷는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추고, 정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공기 속의 향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갈대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는 이 계절의 배경음악과 같다. 나눔의 숲 주변 3만㎡ 유채꽃 단지에는 계절의 흔적이 은은하게 스며 있다. 여름의 화려함 대신, 가을의 색은 차분하게 풍경을 채우며 정원을 더욱 깊고 고요한 휴식의 공간으로 바꿔준다.

정원과 습지를 잇는 특별한 여정

순천만습지 억새
순천만습지 갈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정원을 천천히 둘러본 뒤 색다른 여정을 이어가고 싶다면 정원과 순천만습지를 자연스럽게 이어 주는 이동수단을 활용해보자.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정원과 순천문학관 사이 4.64km를 오가는 무인궤도 열차 PRT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소형 열차는 도심형 교통수단과는 전혀 다른 조용함을 품고 있어, 창밖의 풍경에 집중하기 좋다.

문학관에 도착하면 또 다른 방식의 이동이 이어진다. 1.2km 구간을 오가는 갈대열차가 기다리고 있어, 습지 초입 무진교까지 자연 속을 천천히 가르는 느낌을 준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밭이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넓어지고, 어느새 생태 공간의 중심부로 들어섰음을 자연스럽게 실감하게 된다.

정원역과 순천만역을 잇는 하늘택시 스카이큐브 역시 인기다. 조용한 전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이 교통수단은 생태 보호를 위해 고안된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산책 대신 색다른 이동을 원하거나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편안하고 즐거운 이동 경험이 되어준다.

거대한 갯벌과 갈대 군락,순천만습지

순천만습지 억새군락지
순천만습지 갈대군락지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습지로 다가갈수록 풍경은 조용해지고, 자연이 만드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순천만습지는 남해안 중서부에 자리 잡은 넓은 만으로,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만든 지형 속에서 드넓은 해수역이 펼쳐진다. 행정구역상 순천시 인안동과 대대동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둘러싸여 있으며, 해수역 규모만 해도 75㎢가 넘는다.

물이 빠지는 간조 시간에는 12㎢에 달하는 갯벌이 드러나고, 전체 갯벌 면적은 22.6㎢로 광활하다. 여기에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부터 갯벌 앞쪽까지 이어진 갈대 군락이 5.4㎢ 규모로 펼쳐져 있어,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대지의 텍스처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곳의 풍경을 더욱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습지의 생태 변화다. 물길이 길을 내며 만드는 굴곡, 해수와 민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흐름, 시간대마다 달라지는 물빛까지 모두 습지 고유의 정취를 만든다. 자연이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이 지형은 방문객에게 단순한 풍경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겨울의 손님, 흑두루미

순천만습지 흑두루미
순천만습지 흑두루미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동철

겨울이 되면 순천만습지는 더욱 특별해진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흑두루미가 무리를 지어 이곳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검은 몸통에 긴 흰 목을 가진 이 새들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전 세계에 약 1만6천여 마리만 남아 있다. 그중 절반가량인 3천 마리 이상이 순천만습지를 찾는다.

이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의 장면은 그 어떤 연출도 필요하지 않은 장관이다. 수백 마리가 펼치는 군무는 하늘을 가득 메우고, 고요한 습지에 갑작스레 긴장감과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방문객들은 연신 탄성을 내뱉으며 이곳이 왜 생태의 보고라 불리는지 체험하게 된다.

이 귀한 손님들을 위해 지역사회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서식지 확대를 위해 불필요한 전봇대 49개를 제거하고, 먹이를 제공하기 위한 친환경 농업 단지를 조성했다. 그 결과 흑두루미가 머무는 공간은 112㏊로 늘어났고, 매년 더 많은 개체가 안전하게 겨울을 보내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한다.

순천만습지
순천만습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모두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무이며, 정원은 계절별로 9시~20~21시까지, 습지는 8시~18~20시까지 운영된다. 통합 입장권을 사면 두 공간을 함께 관람할 수 있고, 개인·야간·단체·순천 시민 등각각 요금이 다르니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정원 주차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두 공간이지만, 결국 한 가지 메시지로 이어진다. 자연을 보존하는 일은 곧 도시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아름다움과 혜택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가진 정원, 바다와 강이 만나는 습지,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수많은 생명들은 여행의 의미를 한층 깊게 만든다. 이번 여행이 순천의 자연이 주는 여유와 감동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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