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인정한 사찰인데 이런 봄 절경이?”… 매화 50그루 피어나는 천년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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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선암사, 천년 고찰이 품은 봄의 절경

순천 선암사 매화
순천 선암사 매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른 봄, 아직 산 그늘에 잔설이 남아 있는데 매화가 먼저 핀다. 담장을 따라 줄지어 선 나무들이 흰빛과 분홍빛으로 물드는 순간, 그 고요함이 마치 시간을 멈춰놓은 듯하다. 조계산 자락이 바람을 막아주며, 사찰 마당 깊숙이까지 꽃향기가 스민다.

이곳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개 사찰 중 하나다. 보물만 14건을 보유한 한국불교 태고종의 유일한 태고총림으로, 창건부터 1,500년에 가까운 역사가 경내 곳곳에 새겨져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 선암사의 매화가 가장 먼저 계절의 문을 연다.

조계산 품에 자리한 천년 고찰의 역사

순천 선암사 모습
순천 선암사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전형준

선암사(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는 조계산 동쪽 자락에 자리한 고찰이다. 문헌에 따라 529년 아도화상이 해천사(海川寺)라는 이름으로 개산했다는 설과, 875년(헌강왕 5년) 도선국사가 비보사찰로 창건했다는 설이 병존한다.

이후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이 중창하며 크게 번성했고, 정조와 순조 연간에는 왕실의 100일 기도 도량으로 특별히 기록되기도 했다.

2009년 사적 제507호로 지정된 이 사찰은 현재도 한국불교 태고종의 수행 도량으로서 살아 있는 종교 공간이다.

보물 14건이 깃든 문화재의 보고

승선교
승선교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경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승선교가 눈에 들어온다. 보물 제400호로 지정된 이 다리는 높이 7m, 길이 14m, 너비 3.5m의 반원형 홍예 구조로, 기단부를 자연 암반 위에 그대로 올렸다.

홍예 한복판에는 용머리 조각이 새겨져 있으며, 빗물에도 흔들림 없이 천 년을 버텨온 이 다리는 조선시대 석교 건축의 정수로 꼽힌다.

경내에는 보물 제395호인 동·서 삼층석탑도 자리하며, 총 14건의 보물이 하나의 사찰 안에 밀집해 있다. 성보박물관에는 2,000여 점의 통일신라·고려시대 불교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어 문화재 탐방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천연기념물 선암매와 800년 야생 차밭

순천 선암사 봄 풍경
순천 선암사 봄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봄 선암사의 중심은 단연 선암매다. 수령 350~650년에 이르는 매화나무 약 50그루가 경내 곳곳에 자리하며, 담장을 따라 선 23그루가 특히 장관이다.

이 중 원통전 앞 백매 1그루와 각황전 앞 홍매 1그루가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어 있다. 개화 시기는 날씨와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3월 중순부터 시작해 3월 말~4월 초에 만개하는 편이다.

매화뿐 아니라 일주문 인근 편백숲과 야생화 단지도 조용한 산책 코스를 이룬다. 사찰 뒤편에는 800년 이상 자생해온 차 군락이 있으며, 삼나무와 참나무 음지에서 자란 야생차는 운무와 습한 기후 덕분에 향이 깊다.

선암사 이용 정보와 방문 팁

매화와 고찰
매화와 고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선암사는 연중무휴로 개방되고 주차장도 무료로 마련되어 있다. 순천역 또는 순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 1번·16번을 이용하면 선암사 입구에 닿을 수 있다.

서울에서는 KTX로 약 2시간 40분이 소요되며, 광주에서는 약 1시간 20분 거리다. 조계산 서쪽의 송광사와 등산로로 연결되어 두 사찰을 함께 돌아보는 반나절 코스를 짜는 방문객도 많다.

순천 선암사
순천 선암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선암사는 오랜 역사와 희귀한 문화재, 그리고 천연기념물 매화가 한 공간에 어우러진 드문 사찰이다. 보물 14건이 품어내는 무게와 담장 아래 피어나는 꽃의 가벼움이 함께 존재한다.

봄이 열리는 3월 말, 매화 향기를 따라 조계산으로 향해 그 시간을 직접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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