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년 만에 드디어 완성됐다”… 서울에서 1시간인 5.7km 성곽 설경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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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5.7km 성곽길, 고즈넉한 겨울 눈꽃

수원화성 설경
수원화성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2월, 화려했던 가을 단풍이 물러간 자리에 순백의 고요함이 찾아왔다.

차가운 공기 속에 드러난 성곽의 능선 위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면, 삭막할 것 같던 겨울 풍경은 이내 한 폭의 수묵화로 변모한다.

서울에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조선 시대의 숨결과 겨울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수원 화성

수원화성 성곽
수원화성 화서문 / 사진=수원시청

수원 화성은 전체 길이 5.74km에 달하는 거대한 성곽이다. 겨울이 되면 굽이치는 성벽 위로 눈이 쌓여 마치 거대한 용이 웅크리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팔달문, 장안문, 화서문, 창룡문으로 이어지는 4개의 대문과 성곽길은 24시간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눈 내린 겨울밤이나 이른 아침 언제든 고즈넉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수원의 도심 설경이 이색적인 조화를 이룬다.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성인 6,000원에 이용 가능한 ‘화성어차’를 타고 주요 지점을 편안하게 둘러볼 수도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성곽을 걷는 것은 단순한 산책을 넘어 역사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깊은 울림을 준다.

113년의 기다림

수원화성 겨울
수원화성 겨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겨울 수원 화성 방문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1911년 일제강점기 당시 파괴되기 시작한 이후, 무려 35년에 걸친 복원 프로젝트가 2024년 4월 비로소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화성행궁의 별주까지 복원되면서, 우리는 이제 113년 만에 온전한 모습을 되찾은 수원 화성의 ‘완전체’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정조가 부왕 사도세자를 향한 효심으로 1794년 축성을 시작해 2년 9개월 만에 완성했던 이 성곽은 당대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였다.

정약용이 설계한 거중기와 녹로 같은 신기재가 사용되었고, 군사적 방어 기능과 상업 도시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평산성으로 지어졌다. 파괴와 소실의 아픔을 딛고 시민들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성곽 위에 내리는 눈은, 그래서인지 더욱 포근하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화성행궁

화성행궁
화성행궁 / 사진=수원시청

성곽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왕이 머물던 임시 궁궐, 화성행궁을 만날 수 있다. 이곳 역시 일제강점기 동안 낙남헌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본래의 위용을 되찾았다.

1801년 순조가 정조의 어진을 모시기 위해 세운 영전인 화령전과 낙남헌, 노래당 등 행궁의 주요 전각 지붕 위에 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풍경은 고궁의 겨울 정취를 한껏 끌어올린다.

화성행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으로 부담 없이 역사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 고즈넉한 행궁 마당을 거닐며 정조가 꿈꿨던 왕도정치의 이상과 그 이면에 담긴 효심을 되새겨보는 시간은 겨울 여행의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수원화성 서장대
수원화성 서장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송재근

정적인 산책이 지루하다면 조선 시대 무예를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무대에서는 10발에 3,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국궁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보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수원 화성(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320-2)은 성곽 산책을 24시간 무료로 개방한다. 5.74km 전체를 걷거나 구간별로 나눠 즐길 수 있다. 화성행궁 주차장은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18에 위치하며, 최초 30분에 900원, 초과 10분마다 400원이 부과된다.

서울 1호선 수원역에서 버스로 15분, 자동차로는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당일치기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수원화성 겨울 풍경
수원화성 겨울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송재근

수원 화성은 정조의 애민 정신과 실학 사상, 그리고 이를 되살려낸 후대 시민들의 열정이 층층이 쌓여 완성된 공간이다.

1997년 세계유산 등재 이후 35년 복원을 완성하며 조선 시대 왕도의 모습을 온전히 되찾았다.

35년 만에 완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수원 화성. 올겨울이 가기 전, 눈 덮인 성곽길을 걸으며 역사가 건네는 조용한 위로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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