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흥주사 은행나무
1527년 목조건물과 900년 나무가 만난 곳

충청남도 태안의 명산 백화산 기슭에 자리한 고즈넉한 사찰이 가을의 절정을 맞아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 부담 없이 방문객을 맞는 이곳에는 사찰의 역사를 훌쩍 뛰어넘는 9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황금빛 자태를 뽐내고 있다.
최근 이 나무가 그 가치를 다시 한번 공인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사찰을 지키는 두 개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가을 나들이객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

흥주사는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속말1길 61-61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 수덕사의 말사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미상이나, 경내 유물의 양식으로 보아 고려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년 고찰이다. 이 사찰의 상징은 단연 만세루 앞에 버티고 선 거대한 은행나무다.
이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는 추정 수령만 약 900년에 이르며, 높이는 20~30미터, 가슴 높이 둘레가 8.5미터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오랜 세월을 증명하듯 외형적 손상 없이 수피가 깨끗하고 생육 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가지의 형태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신성시되었다.
특히 이 나무는 2024년 10월 21일, 기존의 충청남도 기념물 제156호에서 충청남도 자연유산으로 새롭게 지정되며 그 가치를 더욱 확고히 인정받았다.
사천왕을 대신하는 전설의 나무

흥미로운 점은 흥주사에 사찰 입구를 지키는 일주문과 사천왕문이 없다는 사실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900년 은행나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사찰 창건 설화 역시 이 나무와 깊이 연관된다. 먼 길을 가던 노승이 백화산 기슭에서 쉬다 꿈에 나타난 산신령의 계시를 받고 지팡이를 꽂아두고 기도를 올리자, 그 지팡이에서 은행잎이 피어났다는 것이다.
이후 이 자리에 사찰이 세워졌고, 부처님의 손길이 자손만대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흥주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가을이 깊어지는 10월 말에서 11월 중순 사이, 이곳의 은행나무는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방문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임진왜란의 흔적을 간직한 만세루

은행나무와 마주한 누각형 목조건물인 태안 흥주사 만세루 역시 놓쳐서는 안 될 문화유산이다.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된 이 건물은 1527년(중종 25년)에 처음 지어진 것으로 확인되며, 흥주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꼽힌다.
만세루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승병들이 무기를 저장하는 창고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호국 불교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건축 방식이 독특하다. 사찰 밖에서 보면 2층 누각처럼 보이지만, 안쪽 마당에서 보면 단층 건물로 보이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고려의 숨결, 삼층석탑

대웅전 앞마당에는 태안 흥주사 삼층석탑이 고요히 자리하고 있다. 이 석탑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전체적인 양식으로 보아 사찰의 창건 시기와 비슷한 고려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훼손되거나 매몰된 부분이 있어 온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2층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고려 석탑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에서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찰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방문 정보 및 인근 연계 코스

흥주사는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다. 사찰 진입로 옆에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태안 흥주사는 900년이라는 세월을 견디며 사찰을 지켜온 신령스러운 은행나무 아래, 두 점의 귀중한 유형문화재를 품고 있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특히 2024년 가을, ‘충청남도 자연유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은행나무는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가장 화려한 황금빛 절경을 선사한다.
입장료나 주차비 부담 없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와 천년 고찰의 역사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태안 백화산 흥주사 방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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