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평에 펼쳐진 꽃 물결”… 핑크뮬리·아스타국화를 무료로 즐기는 가을 꽃 명소

입력

의령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
댑싸리 군락과 핑크뮬리 향연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가을 단풍과 은행나무가 선사하는 익숙한 감동도 훌륭하지만, 때로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색의 파도가 온몸을 감싸는 경험이 필요할 때가 있다.

땅에서부터 붉게 솟아난 듯한 산호초 군락과 발목을 간질이는 분홍빛 저녁안개가 끝없이 펼쳐지는 곳. 바로 눈앞의 풍경이 CG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초현실적인 장면이 펼쳐지는 곳 말이다.

이 모든 것을 마주하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가을을 즐기려는 마음뿐, 지갑을 열 필요가 전혀 없다면 이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선 하나의 사건이자 선물이다. 상상만으로도 벅찬 이 경험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10월이면 현실이 되는 경남 의령의 이야기이며, 카메라를 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곳. 올가을 단 하나의 ‘인생샷 성지’를 꼽으라면 단연 이곳이다.

의령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

“붉은 댑싸리·핑크뮬리·코스모스 가득한 가을 꽃 명소”

가을 댑싸리
가을 댑싸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호국의병의 숲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렬한 색채를 뽐내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이 거대한 쇼의 주인공은 단연 ‘댑싸리’다.

여름의 초록 옷을 벗어 던지고, 마치 수만 개의 붓으로 진홍색 물감을 찍어 놓은 듯 온몸을 붉게 불태운다. 동글동글 부드러운 질감의 댑싸리가 지평선까지 도열한 모습은 ‘장관’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붉은 댑싸리의 강렬함에 취해 걷다 보면, 분위기는 한순간에 부드러워진다. 동화 속 구름 같은 ‘핑크뮬리’ 군락이 V자 계곡을 따라 드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 핑크뮬리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 핑크뮬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아침 햇살에는 은은한 연분홍빛으로, 해 질 녘 노을에는 로맨틱한 자주색으로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핑크뮬리 물결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정시다.

특히 바람이 불 때마다 거대한 분홍빛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 잔상을 만든다. 방문객들은 분홍빛 안갯속을 거닐며 현실의 시름을 잠시 잊고 완벽한 ‘인생 사진’을 남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 코스모스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 코스모스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두 종류의 꽃만 있어서가 아니다. 경상남도 의령군 지정면 성산리 675-1에 위치한 이 공원의 전체 면적은 약 17만㎡. 감이 오지 않는다면 축구장(약 7,140㎡) 24개를 합친 크기를 상상하면 된다.

이 광활한 대지 위에는 댑싸리와 핑크뮬리뿐만 아니라, 샛노란 물결을 이루는 ‘황화 코스모스’,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메밀꽃’, 가을의 정취를 더하는 보랏빛 ‘아스타 국화’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색의 조합이 펼쳐지니, 지루할 틈이 없다.

놀라운 풍경 뒤에 숨은 더 놀라운 이야기

친수공원 아스타 국화
친수공원 아스타 국화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이토록 거대한 꽃의 낙원이 어떻게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로 운영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공원의 이름, 호국의병의 숲에 담겨 있다.

사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망우당 곽재우 장군이 이끈 의병이 최초로 승리를 거둔 ‘기강 전투’의 현장이다.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싸웠던 이름 없는 영웅들의 함성이 서린 땅이다.

의령군은 이 역사적인 전적지를 기억하고 그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치열했던 전쟁터 위에 평화와 생명의 상징인 꽃과 나무를 심어 거대한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우리가 오늘날 감탄하며 바라보는 붉은 댑싸리 군락은 어쩌면 당시 의병들이 흘렸을 뜨거운 피와 열정을, 분홍빛 핑크뮬리는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그들의 염원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눈앞의 풍경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황화코스모스
황화코스모스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는 이곳은 언제 찾아도 좋지만, 가을꽃의 절정은 10월 초중순이다. 관리 및 문의는 의령군청 산림휴양과(055-570-2440)를 통해 가능하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주말을 피해 평일 오전에 방문한다면, 고요한 아침 햇살 속에서 꽃의 색감을 온전히 즐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공원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고 길이 평탄하여,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객도 큰 불편 없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다.

올가을, 경이로운 꽃의 바다에 빠져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의령으로 떠나보자. 상상했던 것 이상의 풍경과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전체 댓글 0